
“요소수 입고된 주유소 있나요.” “요소수 절반 정도 남았는데 서울까지 장거리 운행 할수 있을까요.”
요즘 울산 주유소에서는 매일같이 화물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진풍경들이 목격된다. 운행에 필요한 요소수를 구입하기 위해서다. 판매하는 주유소가 있는지는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실제 얼마 전 울산의 한 주유소에서는 요소수를 단골들에게만 판매하려다가 화물차 기사들의 거센 항의를 받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화물차 운전자들은 요소수 구입을 위해 해외직구를 알아보는가 하면 불법인 줄 알면서도 불법 개조를 알아보는 화물차 기사들마저 있을 정도다.
피해가 국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자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요소와 요소수 수급 안정화를 위해 긴급수급조정조치라는 ‘규제 카드’를 꺼냈다. 차량용 요소수는 연말까지 주유소에서만 구입할 수 있으며 최대 구매량도 승용차는 10ℓ, 화물·승합차는 30ℓ로 제한했다. 또 구입한 요소수는 재판매를 금지시켰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거래도 금지됐다.
품귀 현상으로 사재기는 물론이고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국민들의 급한 상황을 이용해 사기 행위까지 판을 치는 상황이었다. 규제 카드로 당장의 급한 불은 끈 모양새지만, 대응이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내에서 요소수 대란이 표면화되기 시작했던 건 지난달부터, 대란 조짐은 이미 수면 밖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요소수 문제에 대해 무관심했고 무려 3주라는 아무 대책 수립 없이 흘려보냈다.
우리나라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은 지난달 11일 그동안 별도 검사 없이 수출하던 요소와 칼륨 비료 등에 대해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하겠다고 공고했다. 지난달 15일에는 실제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본격 대응하기 시작한 건 이달 초다. 중국 수출 제한 이후 3주가 지날 때까지 무관심했다. 사태가 이렇게 될 때까지 다른 대책은 전혀 없었다. 원료를 수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중국과 호주의 석탄싸움에서 발생한 요소수 대란.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물류대란이라는 피해는 한국만 입고 있다. 규제 카드로 급한 불은 껐지만 규제 카드 외에 다른 대책이 없다면 그저 언 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
정세홍 사회부 aqwe0812@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