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제’의 ‘계절’ 가을이다.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서의 ‘위드 코로나’ 전후로 지자체들도 그동안 미뤘던 축제를 다시 열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침체되었던 지역경제를 조금이라도 되살리기 위한 무한 경쟁의 시작인 셈이다. 축제는 여러모로 지자체장들에게도 중요하다. 내년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가 6월1일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년 봄 축제는 대선(3월9일)에 이미 뺏겼다. 이번 가을 축제의 성공여부는 그래서 많은 민선 지자체 정치인들에게는 ‘기회의 계절’ ‘수확의 계절’이다. 이런 이유로 지자체장들은 새로운 ‘축제’를 시도하기도 하고 지역 내 ‘볼거리’를 서둘러 만든다. 성공하면 지자체의 자랑거리이자 치적이 되기 때문이다.
전국 ‘출렁다리’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2020년 6월 현재 전국 출렁다리는 총 171개가 있다. 2010년 이후 만들어진 출렁다리만 100곳에 달할 정도다. 우리나라의 도시가 86개이고 군 지역까지 합친 시·군은 총 166개다. 어떤 지자체는 1개 이상의 출렁다리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 정도면 지자체에서 가장 좋아하는 볼거리로는 가히 ‘BTS급’ 인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출렁다리가 인기가 있고, 많이 설치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자체별로 산과 강이 없는 지자체가 없을 정도이니 출렁다리를 설치할 곳이 많다. 또 다리 이름처럼 다수의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출렁거리는 스릴 탓에 찾아온 관광객들이 찍어 올리는 각종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자연스럽게 홍보까지 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자체장들 입장에서는 너도 나도 출렁다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출렁다리가 많다보니 안전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도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안전관리 방안을 따로 마련하고 있을 정도다.
출렁다리 설치 지자체가 이렇게 많다보니 과연 각 지자체의 출렁다리가 그 지역을 대표할 만한 대표 콘텐츠인가와 더불어 지역성 없는 획일화된 콘텐츠의 무분별한 베끼기라는 문제 제기가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출렁다리뿐 아니다. 케이블카도 단골 등장 손님이다. 루지, 모노레일, 레일바이크, 짚라인 등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많이 찾고 좋아한다는 아이템들은 모든 지자체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보면 된다. 그럴 수 있다. 민선시대이기도 하고 치적이 될 수 있는 관광 아이템을 찾다보니 성공한 지자체의 성공 모델을 따라할 수밖에 없다. 지역의 여건과 이용 특성이 맞아 떨어져 성공한 사례가 우리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성공할 것이라 믿는 것이다. 따라서 성공한 사례가 아니라 똑같이 따라 했다가 실패한 지자체의 사례를 먼저 찾아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따라 했다가 왜 실패했는지, 왜 성공하지 못했는지를 아는 것이 오히려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문화 관광 콘텐츠를 찾을 수 있을까? 그렇게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오히려 가까운 곳에 있다. 지자체를 천천히 다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시 구절처럼 오래 보면 보인다. 개별 지자체들은 고유의 개별적인 자연환경과 역사를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주상절리나 공룡 발자국, 나비, 빙어, 일제강점기 등을 통해 다른 지역보다 차별화되는 요소를 찾을 수 있다면 좋다. 아니면 도시적 특징으로서의 근대역사에서 찾을 수도 있다. 부산은 6·25전쟁을 통해 다른 도시에는 없는 ‘임시수도’와 ‘산복도로’라는 독특한 시대적 문화 콘텐츠를 갖고 있다. 울산은 우리나라 최초의 공업도시라는 비교불가의 근대도시역사를 갖고 있다. 공업화·산업화과정을 통한 ‘브라운필드’를 차별화된 관광 콘텐츠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 도시경쟁력으로서의 역사와 문화라는 것이 고색창연한 옛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스토리텔링은 덤이다. 1950년 전쟁 난리 통에 먹을 게 없었다는 할아버지의 기억 소환에 손주가 “그럼 라면이라도 먹으면 되지?”라는 ‘웃픈(웃기지만 슬픈)’ 대답처럼 1960~1970년의 근대 역사를 모르는 세대들이 우리의 가족들 가운데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 콘텐츠를 찾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지자체장’ ‘공무원’과 지역에 거주하는 ‘지역 시민’들의 몫이다. 뉴스 속 ‘어느 아이템이 떴다’는 것을 찾는 순발력이 아니라 ‘지역의 속살’ 속에서 진주를 찾아내는 진득함이 요구되는 이유다.
울산 도시의 경쟁력은 울산 시민들이 찾을 때가 최고·최선이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대학원장 주택·도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