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미술도시, 울산!]미술관 색깔 보여줄 국적초월 독창적 시각으로 흐름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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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형 미술도시, 울산!]미술관 색깔 보여줄 국적초월 독창적 시각으로 흐름 주도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1.11.1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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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남준 ‘시스틴 채플 1993’. 울산시립미술관 소장품. 테이트모던 제공·ⓒ리암 맨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은 한국미술과 인연이 깊다. 여러 층의 테이트모던 중 어느 층에는 13개의 독립공간을 미로처럼 연결해 놓은 곳이 있다. 현대미술의 흐름을 주도하는 ‘핫’한 작가들이 각 방을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새로운 재료와 특이한 방법으로 완성한 개념미술 작품들이다.

▲ 테이트모던에서 바라본 세인트폴 대성당.

그 중 한 곳에 한국작가 양혜규의 작품이 걸려 있다. 양혜규는 눈에 보이는 표현기법 보다 작가의 의도(아이디어)를 중시하는 ‘개념미술’ 역사를 탐구해 왔다. 양혜규는 예측가능한 미술재료에 국한하지 않고, 일상의 생활용품으로 창작할 때가 많다. 테이트모던의 전시 작품도 500개가 넘는 블라인드로 제작했다. 평면 또는 3차원, 불투명 또는 투명, 압축 또는 확장이 가능한 블라인드를 통해 새로운 현대미술의 방향과 범주, 과거의 작업에 부여된 독창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의 아이디어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단 한번 설명만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도 괜찮다. 관람객은 양혜규의 작품 아래 들어선 순간, 공간을 제압하는 중압감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아!’하고 탄성을 내지른다.

▲ 아니카 이(Anicka Yi) 작품. 테이트모던 제공·ⓒWill Burrard Lucas

지난 회차에서 잠시 언급한, 한국계 미국인 아니카 이(Anicka Yi)의 개인전도 마찬가지다. 내년 1월6일까지 이어지는 이 전시는 굳이 의도하지 않아도 테이트모던의 모든 관람객이 입장하자마자 제일 먼저 마주할 수밖에 없다. 출입문을 통과하는 동시에 첫발을 딛게되는 터빈홀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파리와 플랑크톤, 혹은 버섯처럼 보이는 기계들이 공중에 떠다닌다. ‘기계와의 공존’으로 ‘희망과 낙관의 메시지’를 품었다지만, 그 아래 머물면 머물수록 기계의 감시망을 받게 될 미래 인류가 떠오른다. 아마도 관람객의 이같은 생각의 변화마저 작가는 이미 아이디어 속에서 계산하고 있었을 것이다.

테이트모던같은 세계적 현대미술관에서 전시장의 주요 공간을 차지한 한국작가와 그들 작품을 감상하는 묘미는 꽤 신선하다. 그리고 강렬하다. 그것이 가능한 건 전세계의 현대미술을 컬렉터하는 테이트모던 안에서 굴지의 한국기업인 현대자동차 후원으로 ‘현대테이트리서치센터’가 운영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테이트리서치센터는 현대미술 흐름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기관이다. 이곳은 세계문화의 한복판인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세계인을 상대로 트랜스내이셔널(Transnational·초국적) 가치를 알리고 있다. 트랜스내이셔널은 예술, 예술가, 예술사가 하나의 국가를 넘어 광범위하게 연결시켜 나가자는 새로운 가치운동이다. 센터에서는 이를 명징하게 보여줄 작가를 선정하고 수많은 정보를 큐레이션하여 때로는 큰 이슈를 일으키는 특별전으로 완성시킨다.

▲ 테이트모던 ‘로댕의 탄생’전. 11월21일까지.

대표적인 행사는 2019년 10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진행한 ‘백남준’이었다. 전시는 오래된 TV화면으로 만든 로봇부터 혁신적인 비디오 작업, ‘시스틴 채플 1993’과 같은 거대한 크기의 설치물에 이르기까지 백남준의 50여년 경력을 보여주는 200여점 작품으로 구성됐다. 백남준은 국경과 분야를 넘나드는 협업적이면서도 예술적인 실천으로 현대미술을 진화시키는데 이바지했다.

▲ 양혜규의 블라인드 작품. 테이트모던 제공·ⓒRikard Osterlund

그 중 ‘시스틴 채플 1993’은 얼마 전 울산시립미술관(2022년 1월6일 개관)의 소장품이 됐다. 총 3개의 백남준 작품 중 하나다. 울산시민들의 소유가 된 ‘시스틴 채플’은 1993년 베니스비안날레에 참가한 백남준에게 황금사자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각기 다른 크기의 비디오 프로젝트 수십대가 각종 이미지, 패턴, 애니메이션을 벽면에 투사해 장엄한 빛과 소리 환경을 만들어낸다. 굉음과 변화무쌍한 움직임은 현대사회 범람하는 소리와 이미지의 홍수를 표현한다. 다만, 울산시립미술관의 개관전에는 이 작품을 보여줄 수 없다고 한다. 테이트모던의 ‘백남준’ 전시는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 암스테르담 스테델리크미술관, 시카고현대미술관 등 ‘초국적’으로 연계된터라 이미 예약된 싱가포르국립미술관 전시를 마친 후 울산으로 넘어올 수 있다.

울산시립미술관 역시 큰 틀에서 매순간 새로운 지적·감성적·창조적 깨달음을 보여주는 미래형 미술관을 지향하고 있다. 시립미술관이 구상하는 다국적 뮤지엄 네트워크 ‘미래미술관포럼’이 이를 실현시켜 줄 날이 얼마남지 않은 것 같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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