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160여 개국에 지사가 있고 2만 여명의 직원들이 현지의 유명 기관과 제휴하여 돈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고 또 끌어 모으는 블룸버그(Bloomberg)사가 11월 17~19일, 3일간 석학과 전문가들을 불러 토론회를 한다. 그 주제를 살펴보았다. 바이러스의 재앙을 벗어나기 위해 각국의 정부가 퍼부은 부양정책에 대한 효과를 살펴보고, 팬데믹으로 인해 재편된 세상의 모습을 보며 새롭게 바뀐 세계경제 패러다임에 대응해 나아갈 방향을 논의한다는 것이다.
백신과 방역, 치료에는 경제력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돈이 돈을 벌고 돈이 죽는 사람도 살린다는 말을 실감한다. 팬데믹 이후 국가 간의 빈부 격차는 격심해 졌다. 빈익빈 부익부라는 것이 꼭 들어맞는다. 자국의 산업 보호가 강화되고 있다. 지식재산이 그렇고 원자재가 무기로 돌변했다.
지구온난화와 탄소 문제로 또 산업이 재편되고 있다. 기존의 굴뚝산업과 화석연료의 사용은 퇴출될 것이다. 기후변화로 생태계가 달라지고 먹고사는 방법이 변하고 있다. 과학기술이 에너지와 식량 문제, 지구온난화, 바이러스 등의 문제를 극복할 것인가?
지난 13일, ‘글래스고 기후협약’이 있었지만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의 반발로 석탄발전의 ‘중단’은 불발 됐다. 2030년까지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 이상은 지구온도가 올라가지 않도록 하자던 목표는 어림도 없게 되었다.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은 수소 및 핵융합 발전과 함께 유망한 해결책이다. 태양광과 풍력으로는 언 발에 오줌누기다. 기상이변과 기후변화로 전 세계의 농·수산업이 위기다. 물 부족과 사막화는 가속되고 있다. 어떻게 먹고 살까?
글로벌 의료 시스템은 비용 상승, 인구 고령화 및 만성 질환의 증가로 압박을 받고 있다. 치료보다는 예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럴 여건은 극히 한정된다. 유전자를 뜯어 고치는 기술, 백신과 치료제를 포함한 의학과 의술의 개발에다 정보기술을 끌어들인 새로운 치료 모델이 나올 것이다. 그러면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교란과 그로 인한 바이러스와 질병의 출현에도 대안이 나올 것이다. 문제는 시기다. 늦기 전에 이루어야 한다. Quad(미·일·인도·호주의 공조기구)와 같은 새로운 동반 관계, AUKUS(미·영·호주 3각동맹)와 같은 방위 체제로 강화된 군사 관계를 통해 미국은 아시아 태평양을 지키겠단다. 그 틈바구니에 우리가 끼어있다. 중국의 팽창에 대한 저지와 견제는 경제적 압박으로도 나타난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와 인플레이션의 방지를 위해서는 적과의 동침이 필요하다. 16일의 미·중 정상회담은 견해차이만 확인하였다. 서로 네 탓만 주장했다.
이런 선진국의 움직임에 우리는 어찌 대처하고 있을까? 대선을 앞두고 헐뜯기 아니면 인기정책, 선심 쓰기나 하는 것은 아닌지? 저출산과 인구감소, 주거문제, 농·수산업과 중소기업의 일손부족,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애로는 다 아는 문제라고 그냥 가볍게 넘길 일이던가. 대외문제는 누가 어찌하면 좋을까? 우리가 감당할 온난화 방지책은? 신무기를 포함한 신기술의 연구개발에 얼마나 지원하는가? 이제 세계와 지역이 따로가 아니다. ‘따로 또 같이’이고 긴밀한 구조여서 여기서 잘하는 것이 곧 세계적인 것이다. 정치와 경제에도 한류가 일면 좋으련만.
전문가들이 제시한 팬데믹 이후에 바람직한 도시는 주거와 상업, 문화와 오락을 주위에서 다 할 수 있어야 한단다. 도심 따로 주거지역 따로가 아닌, 복잡한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일하고 먹고 즐기는 것이 가능한 작은 동네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신망과 정보기술의 메타버스로 가능하겠다. 그러려면 울산은 어찌해야 할까? 서울의 집값이 우리 동네보다 10배는 더 높다. 주거와 통근에 진을 빼지 않는 우리가 삶의 질을 더 높일 수 있다. ‘위드 코로나’로 들어섰다. 겨울에 들었지만 숨통이 트이는 모습이다. 그런데, 청백전의 운동회도 아닌데 네 편, 내 편 하고 있다. 네 말은 듣지도 옳지도 않다면서 어찌 내 말만 들으라 하는가? 민주화, 선진화로의 갈 길은 먼데 해는 기울고, 강가에서 칼을 찾는 각주구검(刻舟求劍)이 왜 생각나는지….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