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위드 코로나 시대의 축제 문화
상태바
[기고]위드 코로나 시대의 축제 문화
  • 경상일보
  • 승인 2021.11.18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배창호 영화감독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

지난 10월23일부터 열흘 간 이집트의 홍해 바닷가의 휴양도시 엘구나에서 열린 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처음 가는 해외 여행이라 다소 두렵기도 했지만 영문으로 된 백신접종완료증명서와 PCR테스트 음성확인서(1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 앞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를 챙겨들고 중간 기착지인 카타르의 도하 공항에 내렸다. 교통의 중심지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도하 공항에는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었고. 이집트의 카이로 공항에 내렸을 때도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코로나 시대에도 세계는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아랍권 영화를 진흥시키고 엘 구나 시를 알리기 위해 성대하게 열린 영화제의 개막식에 이집트 영화인들, 아랍인들 뿐 아니라 유럽, 인도, 미국, 멕시코 등 각지에서 온 영화인들의 수가 많은 것에 놀랐다. 오랜만에 열리는 대면 영화제가 반가워 24시간이나 걸리는 비행시간을 마다 않고 온 게스트들도 있었으며, 물론 나도 이 영화제의 참석을 위해 20시간 가까운 소요시간과 총 4번(국내에 도착해서 2번)의 PCR 검사를 해야하는 번거로움,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필요하고 유익한 여행을 위한 것이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개인의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서 코로나를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생활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적응한 것이다.

영화제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입국장에는 여러 명의 방역 심사관들이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였으며 세관 출구를 나왔을 때도 입국자가 타고 갈 교통 수단 등을 친절히 안내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귀국 후 2주 동안 매일 빠짐없이 걸려오는 보건소의 문진 전화는 극성스럽게 생각되었고 입국자를 수동 감시자라고 하는 표현도 싫었지만 이렇게도 방역에 신경쓰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일 것이라는 자부심도 가지게 됐다.

며칠 전 강릉국제영화제의 폐막식에 다녀왔는데 거리두기를 한 극장 안은 거의 만석이었고 방역 기준을 낮추었음에도 바닷가를 산책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마스크를 끼고 있었으며, 출장 후에 찾은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사무실이 위치한 간월산을 오르는 사람들도 모두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산에서도 바다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는 국민들이라면 위드 코로나 시대를 잘 맞이할 것이라는 생각은 변함없지만 문제는 아직도 부족한 경각심이다.

얼마전 뉴스에서 본 서울의 이태원에 몰린 젊은 할로윈데이 인파는 매우 착잡한 생각이 들게 했다. 고대 로마에는 우상을 숭배하는 여러 축제가 있었고 로마 시민들은 축제 기간 동안 먹고 마시고 취하며 향락에 빠졌다고 한다. ‘현명한 자는 예술의 의미를 음미하고, 무지한 자는 예술의 쾌락을 즐긴다’라고 로마시대 한 철학자는 말했고 이 말은 문화 행사와 축제가 많은 이 시대에도 통한다. 브라질에는 춤추며 노는 며칠 간의 카니발 축제를 기다리고 준비하며 일년을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이것은 축제의 참된 의미가 아닐 것이다.

며칠 전 경기도 의정부에 갔다가 부대찌개를 먹었는데 그 식당 거리에는 ‘의정부 부대찌개 축제’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각 지역마다 여러 축제가 있으며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의 광진구에도 청소년축제가 있고 예술제도 있으며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지금 울주군의 작천정 일원에는 가을맞이 축제 배너들이 즐비하게 걸려 있다.

문화 예술은 우리의 움츠렸던 마음에 활기를 주며 일상 생활의 신선한 자극제가 되기에 코로나는 조심하되 문화 축제는 활짝 개방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14세기 유럽에 전염병이 휩쓸고 난 뒤 문예부흥(르네상스)이 찾아왔듯이 코로나 이전의 들떠서 흥청거리는 소비적인 축제 문화는 이번 기회로 차분하고 절제된, 생산적인 축제 분위기로 발전되었으면 좋겠다.

배창호 영화감독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