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말이나 우리글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관심이 많다. 학문적으로 올바른 견해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글의 기능과 그 사용실태 그리고 우리말의 활용실태 등에 대해 몇 마디 언급해보고자 한다. 말이 먼저고 글이 나중이지만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도 상 글을 먼저 언급한다.
우선 한글의 기능에 대한 문제이다. 한글은 문자이다. 문자는 소리·모양·행동 등을 소리 내어 나타낼 수 있는 시각적 기호 즉 발음기호다. 여기서는 소리에만 국한하고자 한다. 한글은 우리 입으로 내는 소리뿐만 아니라 자연의 모든 소리를 정확하게 표기할 수 있어, 관련 분야 학자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우수한 발음기호 즉 문자라고 말하고 있다. 의성어, 의태어 등이 좋은 예일 것이고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아래 아(ㆍ), 여린비읍(ㅸ), 여린히읗(ㆆ) 등이 계속 사용됐다면 로마자의 A와 O의 중간음, 술음인 F, V 등도 완벽하게 표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한글의 또 하나의 우수한 기능은 표기해 놓은 글은 동서양인을 막론하고 누구나 똑같은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한글의 음가가 각기 딱 하나라는데 있다. 로마자로 바로 비교할 수 있다. 우선 로마자에 A를 보자. 로마자 A는 ‘아’ ‘어’ ‘애’ ‘에이’ 등으로 발음되고, C는 ‘ㅅ’ ‘ㅋ’ 등으로 발음되며, H는 ‘ㅎ’으로 발음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엔 묵음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 쓰임새나 나라별로 달리 발음되기 때문에 음가가 여러 개라 필자는 매우 불완전한 발음기호라 생각한다. 따라서 한글은 문자로서의 기능에 있어서는 매우 완벽하다. 세종대왕이 얼마나 훌륭한 문자를 창제하셨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다음은 이 좋은 문자를 잘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가까운 예를 하나 들어보자. ‘radio’는 ‘라디오’라고 표기하면서 ‘television’은 ‘텔레비젼’이라 적지 않고 ‘TV(티브이)’라고 적는다거나 AMP(에이엠피) MOU(엠오유) ESG(이에스쥐) 등 우리글로 표기할 수 있는 경우에도 굳이 로마자를 쓰는 경우이다. 로마자를 배우지 않은 사람은 누가 읽어 주지 않으면 어떻게 발음하는지도 알 수가 없다. 가능하면 한글로 표기할 수도 있을 것인데도 말이다. 이 경우는 모든 소리를 정확하게 표기할 수 있는 우수한 우리글을 우리 스스로가 외면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글은 발음기호이므로 우리글을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우리 언론매체가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사족을 달자면 지면에는 굳이 로마자로 표기하지 말자는 것이다. 어느 신문사는 발간 시부터 그렇게 하고 있다.
다음은 우리말에 대한 것이다. 말은 의사소통의 일환이다. 시골에 사는 유식한 사람이나 서울에 사는 무식한 사람이나 서로 대화하면 그 뜻이 통해야 하는 것이 말의 기본 기능이다. 그런데 ‘위드코로나’ ‘언택트’ 등 국적불명의 말이 횡횡하고, ‘노잼’ ‘담탱’ 등 청소년들 간에는 은어가 난무하며, ‘알바’ ‘국감’ 등 지나치게 많이 축약어를 사용하는 등 언어생활에 혼란스럽다. 오죽하면 ‘콩글리시’가 만연한 우리나라 언어문화에 대해 최근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그 실태를 보도하기에 까지 이르렀을까. 필자는 한글의 활용에 소홀한 문제 보다는 우리말의 활용실태가 더 심각한 해결과제라고 본다. 청소년들의 은어사용, 언론매체의 지나친 줄임말 사용, 새로운 물건·사건 등에 대한 우리말화 노력 태만 등은 실로 심각한 문제다. 우리말에 명사가 부족하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말화 하는 노력없이 외국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 않겠는가. 관련 학계나 언론에서라도 이 점을 심각하게 인식하여 개선해나갔으면 한다.
필자는 국경이 과거에는 정치적으로, 현재는 사실상 경제적으로 형성돼 있다고 본다. 그리고 경제적 문제 즉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미래의 국경은 문화적으로 그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문화권으로 묶여질 것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어와 문자가 있다고 본다. 같은 말과 같은 글로 소통하는 관계로 모일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는 그 어떤 나라 그 어떤 민족보다 강력한 자산인 우리말과 우리글이 있다. 우리는 이 소중한 자산을 계승 발전시키는데 한 치도 소홀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엄전중 송림세무법인 대표세무사·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