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영은 중국 춘추시대 제(齊)나라의 정치가로서 제나라 영공과 장공, 경공 등 3대에 걸쳐 나라를 바르게 이끌었다. 재상이 된 뒤에도 한 벌의 옷을 30년이나 계속해서 입을 정도로 검소하게 생활하여 백성의 존경을 받았다. 그는 벼슬에 있으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충간과 직언을 하였으며 의롭게 행동하였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만일 안자(안영)가 아직 살아있어 내가 말채찍을 잡고 그의 수레를 몰 수 있다면 정말로 영광스러운 일이다”라고 칭송하였다.
안영은 탁월한 외교가로서 지혜로운 충고와 재치있는 말솜씨로 유명하다. 초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의 일이다. 초나라의 수도에 도착했는데 성문이 잠겨 있었다. 성문지기가 와서는 임시로 뚫은 한쪽 편의 작은 쪽문을 가리키며 “상국께서는 그 문으로 충분히 출입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굳이 대문을 열었다 닫았다 할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했다. 초나라 영왕이 안영의 몸집이 작다는 것을 알고는 수치심을 주고자 한 것이다. 안영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이건 개구멍 아닌가? 개의 나라에 사신으로 왔다면 개구멍으로 출입하겠지만, 인간의 나라에 사신으로 왔으니 사람이 출입하는 문으로 들어가야 하는 게 당연하지.” 초왕은 서둘러 대문을 열고 안영 일행을 맞도록 했다.
초나라 영왕은 말로만 듣던 볼품없는 안영의 실제 모습을 보고는, “제나라는 인재가 많은데 어째서 그대를 파견했단 말인가”라고는 고개를 한껏 젖힌 채 비웃듯 크게 웃었다. 안영은, “우리 조정에서 사신을 파견할 때는 늘 그 대상을 살펴서 보냅니다. 예의가 있는 나라의 군주라면 그에 맞추어 덕이 높은 사람을 사신으로 보내고, 무례하고 거친 나라의 어리석은 군주라면 역시 그에 맞는 재주도 없고 비루한 자를 골라 보내지요. 제나라에서 저는 덕도 능력도 없는 인물이기 때문에 초나라에 이렇게 사신으로 파견된 것입니다.” 초 영왕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손을 휘휘 저으며 빨리 술상을 차려 안영을 접대하라고 명령했다.
요즘 세상에는 주고받는 말들이 너무 거칠다. 말에 재치와 품격은 없고 위아래 구분 없이 막말이 대세다. 충고라고 하는 말은 상대를 자극하여 기분 나쁘게 하는 지적질이 대부분이다. 안영이 무려 57년 동안이나 제나라를 위해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지혜로운 말솜씨에 힘입은 바가 크다.
송철호 문학박사·울산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