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사랑에 실패하는 이유, 정치가 바뀌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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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사랑에 실패하는 이유, 정치가 바뀌지 않는 이유
  • 경상일보
  • 승인 2021.11.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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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첫사랑은 대개 끝 사랑이 되지 못한다. 헤어지고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난다. 한여름의 소낙비와 무지개 같은 첫사랑. 어린 왕자는 첫사랑에 실패한 후 ‘죽을 때까지 잊히지 않게 강렬한데도 이렇게 짧고 연약한 걸까?’ 하며 한탄하였다. 첫사랑뿐 아니라 사랑에 실패하는 이유는 슬프게도 많다. 사랑을 하게 되면 무의식의 모든 것들이 넝쿨째 딸려 온다. 생의 초기의 애착 문제, 콤플렉스, 질투, 분노, 공포 등 모든 감정이 사랑의 기쁨이라는 열매에 뒤따라 두 사람 앞에 떨어진다.

사실 모든 사랑에는 그 사람의 인격이 드러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것은 3세 이전에 인성이 정해지고 6세까지 그 사람이 평생 대상과 관계 맺는 방식이 다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3세 이전에 아이에게 주는 애착의 경험과 부모가 보여준 사랑과 갈등의 경험이 아이가 평생 사랑을 얻으려 취하는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저 사람이 나와 사랑하며 지지고 볶으며 상처 주는 그 오랜 세월의 패턴이 이미 그 사람 안에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변하기 어렵고 사랑은 변하기 쉽다. 두 사람의 사랑의 미래를 가늠하려면 과거를 보시라. 혹시 화려한 사랑의 편력이 있는 남자라면 길게 사랑을 이어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즉 관계 유지 능력이 미숙하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마지막 사랑이라 호소해도 사랑이 식으면 다시 데울 노력은 하지 않고 리셋 버튼을 누르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날 가능성이 아주 크다. 6세 이전의 성장 과정이 중요하다. 더 거슬러 올라가서 부모의 사랑의 패턴과 그 집안의 소통과 교감의 능력 및 집안 내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것은, 윗대로부터 유전자의 99.7%를 물려받는 호모사피엔스의 숙명인 것이다.

정치인의 사랑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국민을 사랑하는 모습 말이다. 지금 부르는 사랑의 세레나데와 외치는 화려한 정치 공약을 믿어버리면 곤란하다. 지금은 절실해서 절규하지만, 사랑을 이루면 달라지는 나쁜 남자를 숱하게 보아왔다. 그의 과거를 보면 국민이 속아 넘어갈 가능성이 줄어든다. 성장 과정에서 사랑을 충분히 받아 인격의 토양이 메마르지 않은지, 학창 시절 교우관계가 원만하며 편협하지 않았는지, 공인이 된 후 언행일치가 되어 왔는지, 시류에 따라 약속을 저버리고 말이 바뀌지 않는지를 보아야 한다.

여성이 나쁜 남자와 결혼하여 신세를 망치는 것은 그놈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그녀가 보고 싶은 것만 보았기 때문이다. 알코올 의존과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에 상처받으며 성장한 여성이 비슷한 남자와 결혼하는 것은 자기 안에 새겨진 그 슬프고 무서운 패턴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달콤한 말로 사랑의 이벤트에 넘어가며 순간순간 보이는 저열한 모습을 무시하고 좋은 모습만 보려 하면 평생 후회할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

사랑에 빠질 수 있지만, 결혼과 정치는 현실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IT 강국이며 콘텐츠가 무궁무진한 문화 대국이 되었다. 역사를 보면 제조업 강국에서 문화 대국으로 도약하면 선진국이 되었다. 이렇게 도약의 시기에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잘 뽑아야겠다. 성공만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자수성가한 기업가가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줄 거라 착각하여 대통령으로 뽑은 후 혈세의 나랏돈을 뺏겼고, 강렬한 카리스마를 그리워하여 의사 표현 능력조차 부족하고 인간관계가 미숙한 그의 딸에게서는 그를 기대하여 표를 준 후 파국을 겪었다. 지금의 대선후보들은 좋은 남자일까? 가난한 이들에 무상복지를 약속하는 개혁자 같지만 엄청난 비리의 소지가 큰 이가 아닐지 불안하다. 살아 있는 정권에 저항하며 모든 부조리를 불도저처럼 파낼 것 같지만 오만하고 부도덕하다는 지적을 받는 이는 구시대의 인물이 아닌지 걱정된다. 구시대 유물 같은 자들이 아니고 정직하고 합리적이며 국민의 사랑을 배신하지 않을 사람과 사랑에 빠지고 싶다.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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