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박상진 의사 생가에서 북구 주민들의 참가 속에 열린 추모 행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행사 막바지에 박 의사와 관련한 문제를 맞춰야하는 순서가 있었다. 저마다 손을 들고 외치는 아이들의 ‘저요, 저요’ 소리로 행사장이 점점 뜨거워졌다. 큰 공적에 미치지 않게 3등급에 그친 박 의사의 서훈을 1등급으로 올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답해야 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문제를 내기가 무섭게 한 아이가 번쩍 손을 들며 “피나는 노력”이라고 크게 외쳤고, 생가 안에는 한바탕 웃음소리가 퍼졌다. 출제자가 그 답은 완전한 정답은 아니라고 결론을 냈지만, 필자 옆에 계시던 박 의사의 증손이신 박중훈 선생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면서 “정답이 맞는데…”라고 혼잣말을 하신다.
그로부터 제법 시간이 흐른 지금, 내 머리에는 아직도 그 아이가 외쳤던 ‘피나는 노력’이라는 답이 뱅뱅 맴돌면서 우리가 박 의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어떠한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하는지’ 곱씹어 보게 된다.
광복회 총사령을 역임한 고헌 박상진 의사는 조선국권회복단 결성과 대한광복회 결성, 친일파 처단 등을 지휘하면서 조국의 독립운동에 모든 것을 바쳤음에도 불구하고 서훈등급은 3등급에 머물러 있는 등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북구의회에서는 의사님의 상훈 등급 상향을 위해 2019년 3월 ‘서훈 등급 상향을 위한 상훈법 개정 촉구 결의안’을 의결하고 국가보훈처에 훈격 상향 재심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보훈처로부터 상훈법 제4조에 따라 새로운 자료의 발굴 등 재심사 사유가 없을 경우 공적 재심사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고, 서훈 등급 상향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그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8월17일 봉오동 전투 전승 제101주년을 맞아 홍범도 장군에게 건국훈장 중 최고등급인 대한민국장을 추가로 서훈했다. 홍범도 장군은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받았는데, 올해 광복절을 맞아 78년 만에 유해가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것을 계기로 공적도 추가로 인정받아 59년 만에 1단계 높은 대한민국장을 받았다.
정부는 앞서 2019년 2월에는 천안시와 유관순 기념사업회 등의 요청을 받아 들여 3·1 독립운동의 상징인 유관순 열사에 대해서도 1등급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한 바 있다. 두 분의 서훈이 현재의 상훈법 개정 없이 변경될 수 있었던 것은 추가 공적이 발굴되어 인정받았고, 국민적 관심까지 상당했기 때문인데 모두 큰 논란 없이 서훈을 추가로 부여받았다.
하지만 박상진 의사는 1963년 3등급의 서훈을 받은 이후 추가 공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박 의사의 추가 공적 자료는 국내에서 백방으로 찾아보고 있으나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다만 기대하게 하는 것은 박 의사가 이끈 광복회가 한반도뿐만 아니라 중국 만주에까지 활동거점을 둔 큰 조직이었다는 점이다. 때문에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외국 방문이 자유로워질 때면 외국에서도 연구 자료를 수집 검토해 추가 공적을 찾는 노력을 활발히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박상진 의사가 피 흘려 지킨 조국에 사는 우리는 모두 박 의사에게 빚을 진 사람들이고, 의사님의 정신과 업적을 피나는 노력으로 계승, 보존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일제의 서슬 퍼런 칼날에 맞서 피 흘려 독립운동을 한 그들에게 공에 걸맞은 합당한 훈격을 수여해야 마땅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까운 것이 사실이다. 올바른 역사적 평가와 더불어 의사님이 조국 독립에 기여한 공헌과 공적을 고려하면 서훈등급을 반드시 상향해야 한다.
올해 울산의 여름은 독립운동단체 대한광복회 총사령 고헌 박상진 의사의 순국 100주년을 맞아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지난 8월9일 울산박물관에서 울산시가 ‘박상진 총사령 순국 100주년 기념 주간’ 선포식을 개최한 이래 광복절까지 박 의사에 대한 추모식과 특별기획전시, 학술대회, 창작 뮤지컬 등 다양한 기념사업을 열면서다.
한여름 무더위처럼 뜨거운 열정으로 박 의사를 기리면서 한 마음이 되어 서훈 상향을 간절히 기원했지만 그로부터 몇 달이 흘러 입동이 지난 지금도 큰 변화는 없다. 불어오는 겨울철 찬바람처럼 박상진 의사에 대한 관심은 차갑게 식지나 않을지 우려가 된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피 흘려 지키고자 했던 피나는 노력을 했던 박상진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이한 오늘날 박상진 의사의 공적이 올바르게 평가되고 합당한 훈격을 수여하기 위한 우리의 피나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진복 울산 북구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