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태화강은 한 때 죽음의 강으로 불렸다.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생활 오수와 공장 폐수가 유입돼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고, 악취까지 진동하면서 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시민과 기업, 행정, 환경단체 등이 태화강 살리기에 나선 결과 생태하천으로 거듭났고, 지금은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태화강 사례는 한 번 훼손된 자연환경을 복구하기까지 엄청난 시간과 노력, 비용이 수반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울산지역 5개 구·군 중 면적이 가장 넓은 울주군이 환경오염으로 직결될 수 있는 불법 폐기물 매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4월 울주군이 삼남읍 상천리 일원에서 폐주물사 등이 성토된 현장을 적발했는데, 해당 부지에 대한 성분 분석 결과 카드뮴이 기준치(10㎎/㎏)의 30배에 가까운 294.7㎎/㎏ 검출됐다. 또 주변에서 발생한 침출수는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이 환경기준상 ‘매우 나쁨’ 수준인 10㎎/ℓ의 약 90배 수준인 892.8㎎/ℓ 검출될 정도로 오염 정도가 심각했다.
울주군에선 최근 5년간 총 12건의 불법 폐기물 매립 현장이 적발됐다. 12개 업체 중 9곳이 부산이나 김해, 창원 등 다른 지역 업체들로 확인됐다. 서울보다 넓은 면적을 가진 울주군이 불법 폐기물을 매립할 일종의 ‘성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불법 폐기물 매립 여부는 내부 제보 또는 현장 적발 없이는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지난 9월 울산 울주군 온산읍 삼평리의 한 농지에 불법 폐기물이 매립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굴착조사가 진행됐다. 인근 주민들은 당시 현장을 찾은 취재진을 향해 “몇 년 전 야밤에 폐기물을 엄청나게 파묻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임의로 특정된 2곳을 굴착했지만 불법 폐기물 매립 흔적을 찾아내지 못했다. 앞서 울주군은 삼동면 출강리의 한 저수지에 건축 폐기물로 추정되는 스티로폼 알갱이가 대거 유입되면서 인근에 위치한 영농체험시설 조성 부지에 대한 굴착조사가 진행됐다. 결론은 ‘이상 없음’이었다.
삼평리·출강리 부지에 불법 폐기물이 전혀 묻혀 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묻혔다고 하더라도 삼평리 부지 면적이 약 5000㎡이고, 출강리 영농체험시설 부지의 경우 성토량만 23만여㎥에 달하다보니 서너군데를 굴착해서 불법 폐기물을 찾아내는게 쉽지 않다.
불법 매립을 택하는 업체도 문제지만 돈을 받고 매립을 허가하는 토지소유주에게도 문제가 있다. 업체나 토지소유주 모두 한 번 오염된 토양과 지하수를 복구하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한다.
단속을 피하기 위한 수법이 교묘해지는 상황에서 강력한 처벌이나 감시활동 강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폐기물 매립 현장 근처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제보다. 제보 포상금을 상향하는 등의 적극행정을 통해 더이상 불법 폐기물 매립 문제가 거론되지 않는 울주군이 되길 기대해본다. 이왕수 사회부 차장 wslee@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