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한 존재는 남다른 것이고, 일반적인 것은 남과 같은 존재이다. 다르기도 하고 같기도 하지만 정책적으로 보면 그렇게 대우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별하게 다루는 목적은 좋은 것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나쁜 것을 덜 나쁘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특별하거나 때로는 일반적인 입장에서, 타인에게 부여된 일반적이거나 특별한 이름이 주는 어감이 좋지만은 않게 들릴 때가 있으니 생각해 볼 일이다.
울산이 특별한 도시로 고려되었던 사례들이 여러 차례 있었다. 1962년에는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되고 건설부 산하에 울산특별건설국이 설치되었는데, 그해 울산은 일반시로 승격되었다. 최근에는 규제자유특구 지정이 활발하다. 과거 장생포고래문화특구와 한우불고기특구에 이어 제조업에서도 수소특구, 게놈특구, 이산화탄소 자원화특구가 지정되며 특구 풍년이다. 한편 환경보호 측면에서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불편하지만 시민에게는 좋은 영향을 가져오는 제도들이 있다. 1999년에는 대기배출기준을 강화하기 위해 대기보존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했고, 2000년에는 울산항 오염방지를 위해 울산연안특별관리해역이 지정되었다. 한편 1997년에는 광역시로 승격되면서 도시 이름에 ‘광역’이라는 글자가 붙는 영광이 있었지만, 다른 특별한 도시에 비하면 별다른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도시 이름에 유달리 ‘특별’이라는 글자를 붙이기 좋아한다. ‘특별시·도’라는 것이다. 서울특별시행정특례법,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세종특별자치시특별법에 따라 법령에 특수한 지위를 부여했는데, 도시 이름에도 중복해서 ‘특별’한 이란 단어를 붙여버렸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어느 기간 정도야 정책적 목적으로 붙일 수 있다지만 영구적으로 그 이름을 계속 붙인다면 특별하지 않은 도시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서울은 해방 다음해부터 계속 특별시이다. 15년 전부터 실험되기 시작한 제주형 지방자치는 지금도 특별자치도 형태이다. 세종특별자치시는 내년이면 10주년을 맞는다. 내년에는 또 수원·창원·고양·용인이 특례시가 된다. 특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더라도 도시 이름에까지 특별한 이름을 붙일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되면 꼭 필요한 정책을 넘어 모든 정책에서 특별한 취급을 받게 되지 않을까? 이웃나라의 베이징은 직할시이고, 도쿄는 그냥 도都이다. 서울이 수도란 뜻인데 무슨 수식어가 더 필요한가? 제주와 세종은 또 언제 ‘특별’이라는 딱지를 뗄 것인가? 언제까지 특별한 상태로 있을 것인가? 이런 이름 정책이 지역균형 발전, 소득주도 성장, 부동산가격 안정이란 재분배 정책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누가 확신할 수 있는가? 일반적인 주민과 특별한 주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말이 생각이 되고 생각이 논리가, 또 정책이 된다. 브랜드가 보증서가 되고, 그 보증서에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부동산을 포함한 시장가격이 오른다.
몇 년 전 울산의 대형 사업들이 줄줄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한 일이 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인구 30만 명이 안 되는 세종특별자치시에서는 국립대학병원과 국립박물관이 예타를 쉽게 통과했다. 물론 예타를 통과할 만한 조건들이 있었다고 믿어야겠지만, 그 기준과 절차를 자세히 모르는 사람들은 특별한 이름 덕을 보지 않았겠느냐고 오해한다고 해서 누가 그렇지 않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광주와 울산이 지방의료원 설립 예타 면제를 부르짖고 있는데, 세종은 중앙의료원 분원을 유치하려 한다. 이제 이름에서는 겸손하게 특별한 지위를 내려놓는 게 좋겠다. 하지만, 여전히 정책적으로는 특별하거나 반대로 일반적인 조치를 할 부분들이 없는지 더 살펴보아야 한다. 울산의 경우 산업육성과 환경보호 측면에서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도시라면 보건의료 측면에서도 특별한 케어가 필요하지 않을까? 특별한 산업과 환경 아래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남들 다 있는 지방의료원은 허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다른 것은 다르게’와 함께 ‘같은 것은 같게’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인 것이다.
김상육 울산시 시민건강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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