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7월 제2회 교육부 추가 경정을 통해 6조3954억원이 지방재정교부금으로 추가 편성됐다. 언론에서는 이에 대해 각종 우려의 기사를 써내며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을 분담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투입돼야 할 예산이 엉뚱한 곳에 쓰인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세수 증가에 따라 마찬가지로 추가 편성된 다른 예산에 대해서는 큰 불만이 없어 보인다. 또한 지난 2019년 8월 2767억원이던 교육재정안정화기금이 올해 6월 2조8929억원으로 크게 늘면서 ‘정작 사용하지도 못할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말 그대로 학생들의 안정적인 교육 여건 마련을 위해 저축의 개념으로 조성되는 기금에 대해서도 성토의 목소리를 내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이런 부정적인 반응과는 달리 실제 교육 현장에서 느껴지는 학생들의 교육 환경은 부족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 OECD ‘교육지표 2021’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23명, 중학교 26.1명으로, OECD 평균인 21.1명, 23.3명보다 2~3명 정도 많다. 취학연령 감소에 따라 학생 수가 많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학급당 학생 수는 아직도 많아 보인다. 아무래도 학급당 학생 수가 많으면 학생 1명에게 주어지는 교육적인 혜택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필자는 학교에서 기술 교사로 발명실을 관리·운영하고 있다. 최근에 유행하는 코딩, 메이커, VR, 로봇, 3D프린터, 3D펜과 같은 발명 교육을 위해서는 많은 장비가 필요하며 이를 갖추기 위해서는 많은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올해 추가 교부된 예산을 통해 3D프린터, 레이저 조각기, 노트북, VR기기, 빔 프로젝터와 같은 최신 기기를 샀고, 이를 교과수업과 발명 수업, 동아리 활동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특히 코딩 교육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그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다. 직접적으로 로봇이나 자율주행, 자동제어 및 각종 프로그램 개발에 필요할 뿐만 아니라 문제를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1인당 1대의 노트북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노트북이 부족해 2인당 1대의 노트북으로 코딩 교육을 진행했고, 이때 나머지 한 명은 집중력과 흥미를 잃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이번에 배부된 예산으로 노트북 추가 구매를 해 드디어 1인당 1대를 갖출 수 있게 됐고 코딩 교육과 3D 디자인 설계같은 활동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학생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활동은 단연 VR기기를 활용한 체험활동이다. 예산 사용 전에 학생들에게 사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정에 VR기기를 갖춘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실제로 VR 체험을 경험해 본 학생도 극소수에 불과했다. 최신 유행이며, 유튜브를 통해 많은 관련 영상을 확인할 수 있음에도 정작 학생들이 접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바로 기기의 가격 때문이었다. VR기기 자체의 가격도 고가이지만 이를 구동하기 위해 필요한 높은 사양의 PC 또는 노트북의 가격은 그보다 몇 배나 더 비싸기 때문이었다. 이후 교부된 예산으로 3대의 VR기기와 높은 사양의 노트북을 구매할 수 있었고 많은 학생에게 체험활동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 매우 만족한다.
모든 사람은 교육을 통해 배우고, 느끼고, 성장해 미래 사회를 이끌어나가게 된다. 교육에 투입되는 예산은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린다. 낭비가 아닌, 장기적으로 볼 때 반드시, 꼭 필요한 예산이다.
우리나라가 현재 GDP 10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바로 수십 년 전부터 이루어진 공교육의 힘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만을 기대하기보다는 우리 아이들이 창의적 사고력, 문제해결력, 자기 주도적 의사결정 능력 등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역량을 키우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에도 아낌없는 투자가 필요하다.
신동일 울산 유곡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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