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일상회복 학급운영비 사용 보고서
상태바
[교단일기]일상회복 학급운영비 사용 보고서
  • 경상일보
  • 승인 2021.11.24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민정 온남초 교사

2학기에 들어서면서 울산 시내 전 초·중·고·특수·각종학교의 학급이 ‘일상회복 학급운영비’라는 이름으로 100만원을 지원받았다. 시교육청은 각 학급 담임교사들에게 학급 공동체의 정서 회복을 위해 학급 운영에 필요한 자율적인 활동을 추진할 것을 요청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년 단위 현장체험학습과 수학여행이 취소돼 학생들의 아쉬움이 크던 중 학급 단위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지원금은 가뭄 끝에 단비 같았다. 기존 학급 운영비는 1, 2학기를 합쳐 30만원이었는데, 2학기 동안 100만원이라니! 생각지 못했던 큰 금액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반 어린이들과 무엇을 하면 좋을지 궁리를 하니 이내 즐거워졌다.

6학년 국어에서는 1, 2학기에 걸쳐 속담과 고사성어 등 관용표현을 학습하는 단원이 나온다. 한 단원에서만 학습하고 다음 단원으로 넘어가기에는 관용표현의 양이 방대하기도 하고, 생활 속에서 관용표현을 익힐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초등학생의 수준에 맞는 고사성어 책을 학생들에게 한 권씩 선물했다. 매주 책에서 공부해올 범위를 정하고,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에 관용표현을 맞히는 퀴즈와 초성게임을 했다. 덕분에 억지로 외우거나 시험을 치지 않아도 즐겁게 관용표현을 익힐 수 있었고, 이제 어린이들은 대화 중에 고사성어를 섞어 쓰기도 하는 등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0월 말에는 부산으로 현장체험학습을 떠났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화면 해설이나 자막을 제공하는 ‘가치봄 영화’를 보러 가기 위해서였다. 우리 반은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8회 부산가치봄영화제에서 ‘싱크로’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체험하며 모두가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경험해보고, 자신의 이름을 점자로 새긴 스티커도 얻었다. 코로나19로 답답함을 많이 느껴온 어린이들이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감상하고, 넓은 공원에서 신나게 뛰어놀았다. 영화 관람과 차량 비용 모두 일상회복 학급운영비를 사용해 어린이들은 도시락만 챙겨오면 되었다.

공정무역을 다루는 수업시간 뒤에는 인터넷으로 공정무역 초콜릿을 주문해 직접 맛보기도 하고, 학교비정규직 파업으로 급식 제공이 중단되었던 날에는 내가 김밥용 김을 구입하고 어린이들은 집에서 밥과 반찬 한 가지씩만 가져와서 접어 먹는 김밥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일상회복 학급운영비는 이렇게 소액을 지출하거나 급하게 물건 구입이 필요할 때 따로 내부결재를 받지 않고 바로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편리했다.

남은 학급운영비는 학급문집 제작에 사용할 예정이다. 미리 받은 학급문집 예산이 있지만 학급운영비를 보태서 글도 조금 더 많이 싣고 어린이들의 미술 작품도 넣어서 초등학교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졸업 선물이 되도록 만들어 보려고 한다. 일상회복 학급운영비 덕분에 이번 학기 학급 운영은 한층 풍요로워졌다. 도전의 계기를 제공해준 교육청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이민정 온남초 교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