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이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포괄 임금을 적용받는 사무직보다는 생산직 근로자들, 그 중에서도 건설업·조선업이나 1·2차 하도급 제조업체들이 주 52시간제 준수를 현실적으로 어려워하거나 제도 시행이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중소기업 절반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어렵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5~299인 중소기업 41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 52시간 근무제 실태 설문조사 결과 응답기업의 54.1%가 여전히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제조업종이 64.8%로 비제조업 35.9%보다 많았다.
특히 시행이 어렵다고 응답한 이유(복수 응답)로는 구인난이 52.2%로 가장 많았고, 사전주문 예측이 어려워 탄력근로제 등 유연근무제 활용이 어렵다는 응답도 51.3%로 절반 가량을 넘었다. 추가 인력 채용에 따른 인건비가 부담된다는 응답도 50.9%를 차지했다.
중소기업들의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대한 대응 방법으로는 전체의 30.7%가 탄력근로제나 선택근로제 등 유연근무제를 도입했고, 18.6%가 추가인력을 채용했으며 17.1%는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를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소규모인 5~29인 기업은 가장 많은 대응방법으로 내년 말까지 가능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활용하고 있다(40.8%)고 답했다. 30~49인 기업은 유연근무제 도입(37.7%)을 주 대응방법으로 꼽았다.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는 올해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받고 있는 50인 미만 기업들의 대다수가 아직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30인 미만 기업은 내년까지 한시적 대안인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생산직 근로자, 건설·조선업종과 하도급 제조업 업체에 타격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은 사무직 근로자보다도 생산직 근로자, 그 중에서도 야외 작업이 필요한 건설·조선업종이나 계약에 따른 납기를 맞춰야 하는 1·2차 하도급 제조업체들에게 큰 타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포괄 임금을 적용받는 사무직 근로자보다 생산직 근로자의 소득 감소폭이 더 크다. 생산직 근로자들의 경우 낮은 임금을 잔업 등 초과근무를 통해 보상받는 경우가 많은데 최저임금이 거의 표준임금인 중소 제조업 노동자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후 임금이 20% 넘게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기 때문이다. 사무직 근로자와 달리 생산직 근로자는 소득 감소에도 불구하고 줄어든 임금을 영세업체들이 보전해주거나 임금 상승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줄어든 임금의 보전을 위해 부업이나 아르바이트 등에 나선 근로자들도 상당수다.
게다가 조선업이나 건설업처럼 야외 작업이 많아 집중 근로가 필요한 업종도 타격은 마찬가지다. 계약에 따라 정해진 납기를 준수해야 하는 1·2차 하도급 제조업체들도 주 52시간 근무제 준수가 현실적으로 어렵거나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큰 고충을 느끼고 있다. 여유가 되는 기업들은 채용을 더 하겠지만 추가 채용보다는 공장 가동시간을 줄이는 게 더 현실적인 방법이다.
게다가 이들 업체들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속에서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가 탄력근무제 등 유연근무제 도입이다. 간단히 말해 정해진 기간 내 주 52시간 근무를 몰아주는 것이다. 하지만 탄력근로제는 기업들이 법을 어기는 것을 피할 수 있게 해줄 뿐 노동자들의 실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중소기업들 “주 52시간 근로시간 제한 초과 연장근로 희망”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지역본부가 지난 8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이 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제도 적용에도 불구하고 연장근로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근로자들은 경제적 여유부족 해소 등을 위해 연장근무를 희망했으며 노사 합의시 월·연 단위 추가연장근로 허용에 대한 찬성의견도 86.2%로 반대(13.8%)보다 6배 이상 높았다.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후 일과 삶의 질(워라밸) 개선 여부에 대해서는 52.2%가 변화없음, 33.6%가 아니라고 답했다. 그렇다는 의견은 13.8%에 불과했다.
일과 삶의 질이 개선되지 않은 이유로는 94.9%가 경제적 여유부족(급여감소)를 꼽았다. 부업이나 아르바이트 등 투잡을 뛰어 실제 근로시간이 오히려 늘어났다는 응답도 17.9%나 됐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안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대책으로는 69.8%가 노사합의시 현 1주 12시간인 추가연장근로를 월·년 단위로 허용해달라고 응답했다. 또 현 30인 미만에만 적용되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해달라는 응답도 37.9%였다.
한편 이와 관련해 고용부는 최근 작업중단을 선언하는 등 고충을 토로한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을 찾아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청취할 예정이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