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400억원의 메타상표, 당신의 이름값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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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400억원의 메타상표, 당신의 이름값은
  • 경상일보
  • 승인 2021.11.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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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이름값을 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사자성어로 ‘명불허전(名不虛傳)’과 비슷한 맥락의 말이다. ‘명불허전’은 ‘명성이 널리 알려진 데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이쯤해서 과연 이름에 10만원, 20만원 이런 식으로 값이 매겨지는지 궁금해진다. 철학관에서 아이 이름을 지을 때 10만원 이상의 값을 지불했던 것이 기억난다. 사람의 이름도 있지만 상품의 이름 즉 상표 내지 상표권의 가치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꽤 관심거리가 되리라 본다.

예전부터 우리는 ‘메이커 신발’ ‘메이커 옷’이라는 말을 많이 써왔다. 요즘은 ‘브랜드 신발’ 등으로 바꾸어 말한다. 그러고 보면 상품의 품질만이 아닌 브랜드에서 기원한 추가가격이 있다는 것이 명백하고, 따라서 그것이 얼마인지 얘기해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얼마 전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회사의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신조어인 ‘메타버스’라는 말에서 따온 네이밍으로, 가상현실 분야의 사업영역 확장을 예고하는 이름이다. ‘메타버스’는 초월이라는 뜻의 ‘메타(Meta)’와 세계라는 뜻의 ‘유니버스(Universe)’의 결합으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융복합된 세계’라는 뜻이다(두산백과). 최근 나이키도 온라인 관련 상표를 출원하여 가상세계에서의 신발 의류판매가 예상되는 등 메타버스는 산업계에서 초관심영역이다.

‘메타’ 상표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루머성 기사가 있었는데, 유독 눈에 띄는 놀라운 기사가 하나 있었다. 무려 400억원에 재미교포 2세가 Meta 상표권을 메타 측에 매각했다는 기사였다. 여러 매체를 통해 언급된 것을 보니 신빙성 있어 보인다. 400억원이면 오징어게임(넷플릭스 드라마)에서 1등하지 않은 이상 만져보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액수가 아닌가. 기사에 구체적인 SNS 내용까지 공개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오늘 입금되었다.”라는 부분에서 전율을 느꼈다.

다만 이런 뉴스들이 상표 브로커를 양산하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떤 사람이 특정 상표를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그 보유하고 있는 상표가 다른 기업에서 더 절실히 필요한 경우 상호 간의 합의에 따라 거래되는 것은 온당하나, 처음부터 폭리 등 부정한 목적으로 상표를 등록받아 보유하는 경우는 없어야 할 것이다. 이런 경우를 막기 위해 상표법은 부정목적 상표의 등록을 막는 입법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도 ‘펭수’상표 선점 사건 등의 사례가 있는 것을 보면 입법만으로 해결이 쉽지는 않은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터브랜드(Interbrand)’라는 글로벌 브랜드컨설팅 전문업체가 발표한 2021년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는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삼성의 순으로 1~5위가 매겨졌고, 페이스북도 상당 순위에 올라 있다. 인터브랜드는 홈페이지에서 재무 분석(Financial Analysis), 브랜드의 지위(Role of Brand), 브랜드 강점(Brand Strength)이라는 3가지의 평가 기준에 근거하여 브랜드 가치를 평가한다고 게시하고 있다. 여기서 매겨지는 수백조 원의 어마어마한 브랜드 가치를 보면 상표권 인수에 지불하는 액수는 아주 소액이고, 결국 브랜드 가치를 쌓기 위해서는 기업 측에서 엄청난 투자와 실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름값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고액으로 매겨졌던 것은 아니었다. 그 가치를 꾸준히 키워왔기 때문에 현재만큼 평가되는 것이다. 사람에게 작명료가 있다면 상표는 네이밍비용, 상표출원료 및 등록료가 있다. 비록 어느 정도 비용은 드나 400억 원에 비할 바는 아니다. 누구든 자기 자리에서 성실히 노력하며 살다 보면 이름값은 처음보다 훨씬 고가로 매김되어 있을 것이다. 예컨대 유명한 축구선수, 영화감독이라면 작명료 액수만큼(물론 무상일 수도 있다)에서 시작한 이름값이 현재의 가치만큼 평가되기까지에는 거듭된 실패를 극복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필자를 포함하여 반성의 시간이 될지도 모르는 질문을 던진다. 현재 당신의 이름값 즉 브랜드 가치는 얼마인가? 10년 전보다 얼마나 상승하였는가?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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