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으로 돌아가자.’ 철학자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를 대표하는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작 <에밀>(Emile)의 요약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철학자이자 교육자이기도 한 루소는 오페라 대본을 쓰고 작곡도 했다. 오페라 <마을의 점쟁이>(Le Devin du Village)가 그의 작품이다. 음악평론가로도 활동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태어난 루소는 불우하고 안타까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머니는 루소를 낳다가 사망했다. 시계공이었던 아버지는 큰 사고를 치고는 도망 다니는 신세가 됐다. 그 때문에 루소는 외가에서 더부살이를 했다. 17세 때 외가를 떠나 방황하다가 사보이 지방에서 남작부인을 만나 집사로 일하게 됐다. 남작부인의 배려로 귀족들과 교류하면서 학문에 눈을 떴다.
루소는 철학자, 문인, 음악가들과 교류하며 얻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논문 기고가로 활동하면서 음악에 관한 글을 쓰고 작곡도 하게 된다. 특히 당대 프랑스 최고의 작곡가인 장 필립 라모(Jean Philippe Rameau 1683~1764)와 음악적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라모는 바로크 시대 위대한 음악가로 근대 화성학의 기초를 확립한 학자다.
1752년 프랑스에서 이탈리아 오페라가 성행하자 루소는 자연스러운 선율이 음악을 이끌어가는 이탈리아 오페라가 옳고 좋다고 했다. 반면 라모는 음악은 화음이 근본이어야 하므로 프랑스의 화성적인 오페라가 좋다고 주장했다. 이 논쟁은 음악적 논쟁이기도 하지만 철학적으로 음악을 느끼고 판단한 것이었다. 라모는 화음을 중시하여 합리적·지성적 규칙을 지키는 것이 예술의 필수조건이라고 주장한 것이고, 루소는 멜로디가 화음에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면서 이탈리아 오페라가 프랑스 전통 오페라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루소는 예술에서 창조정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형식적 규칙과 전통적 절차 보다 중요하다고 보았다. 이 사상이 결국 몇백년 후 낭만주의 사상의 기초가 됐다. 루소는 화성에 구속되지 않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나타내는 선율이 중요하다고 주장한 자연주의 음악가였다.
구천 울산대 객원교수·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추천음악=마을의 점쟁이(Le Devin du Village), Jean-Jacques Rousseau 작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