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개 민간투자사의 참여 아래 6Gw 규모로 진행 중이던 울산 앞바다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 사업이 독일 2개 민간투자사의 추가 참여로 9Gw 규모로 확장된다. 9Gw는 8.2Gw 규모의 전남 신안군 고정식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뛰어넘는 세계 최대 규모다. 부유식과 고정식을 망라한 세계 최대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으로 울산은 일약 해상풍력 발전 시장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사업이 울산과 지역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본다.
◇청정에너지 생산 메카 도약
9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조성되면 87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영남권 전체 전력을 담당할 수 있다. 3Gw의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에서 생산하는 전력이 원전 2기에서 나오는 전력과 같다는 점을 감안하면 9Gw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 조성으로 6기에 달하는 원전을 대체하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석탄 1㎏을 연소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이 3.7㎏에 달하는 반면, 부유식 해상풍력은 이산화탄소 발생 없이 청정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 9Gw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하면 약 1400만t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거둘 수 있어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기여하게 된다.
다양한 장점으로 부유식 해상풍력은 신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에너지산업 전체에서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세계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시장은 본격적인 상용화에 앞서 ㎿ 단위의 실증이 진행 중이다. 울산 앞바다에서 상용화가 최초로 진행되는 만큼 세계 청정 에너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역 조선해양 관련 업계 수혜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사업은 인력 고용 및 일자리 창출 등 산업적 파급 효과가 커 바다 위 유전으로 불린다.
1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 건설 시 투입 사업비는 약 6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9Gw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 조성에 54조원의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것이다.
이는 조선해양플랜트 시장 침체로 부침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계는 물론 90여개 회원사로 구성된 중소·중견기업 중심의 지역 공급망 업계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울산은 부유체 관련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지난달 울산시 외교투자 유치 대표단의 독일 이앤비더블유(EnBW. Energie Baden-Wuerttemberg)사 방문에서도 확인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앞바다에서 4.6Gw 규모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사업을 추진 중인 EnBW사는 투자 상담회에서 현대중공업과 세진중공업의 사업 설명을 듣고 깊은 관심을 보였다.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은 부유체와 터빈, 블레이드 등 핵심 기자재 외에 부유체 설치·보수, 해저케이블 설치, 해상구조물 방청·도금, 계류장치 등 다양한 분야로 구성된다. 후발 주자로 참여하는 독일 RWE사가 울산 앞바다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완벽히 구축된 울산의 공급망이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대기업은 물론 지역 중소·중견 기업들도 울산 앞바다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사업에 참여하기 때문에 울산의 기술력을 세계에 홍보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홍보해 향후 200Gw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환태평양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을 선점,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기회가 생긴다.
◇청정에너지 제공, 기업 유인 효과
2026년 EU가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화석연료로 생성된 전력을 이용하는 기업은 탄소국경세 납부로 이익 창출에 애를 먹을 전망이다.
지난 1일 울산에서 열린 ‘탄소중립 시대의 울산지역 주력산업 대응 방안’ 주제 세미나에서도 탄소국경세가 세계로 확산될 경우 울산의 화학산업 피해가 극심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생산은 최대 1억980만달러, 수출은 최대 1억5540만달러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화석연료를 대체해 청정 에너지를 이용할 필요성이 증대된다는 의미이며, 울산이 최고의 수혜 지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울산 앞바다 부유식 해상풍력에서 생산된 전력을 이용할 경우 수출 기업들은 탄소국경세 절감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사업은 탄소국경세를 의식한 기업들의 발길을 울산으로 돌릴 수도 있다. 청정 에너지 제공을 통한 기업 유치로 지속적인 먹거리를 창출하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울산은 탄소중립 관점에서 세계적인 선도 도시이자 모범적인 도시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을 미국·유럽 방문에서 느꼈다”며 “울산은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건설 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진출의 교두보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