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침묵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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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침묵의 봄
  • 경상일보
  • 승인 2021.12.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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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호수 동서대학교 교학부총장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사회가 2년째 이어지고 코로나의 종식은 아직도 요원하다. 비대면 사회의 그늘 가운데 하나가 일회용품의 사용이다. 흔히 사용되는 플라스틱 용품은 분해되는 데 500년이 걸린다. 1950~2015년 동안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 83억t 가운데 63억t이 폐기되고 단지 9%만 재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해양생태계를 오염시키고 미세플라스틱은 전 세계를 떠돌아다닌다. 한때 금기시되다시피 했던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문화는 코로나로 2년여 동안 망각 속으로 사라진 듯해 걱정이다.

다시 겨울이다. 석탄, 가스,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어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의 대기 중 농도가 증가하고, 이는 해마다 가속하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2020년 여름 장마는 6월 말에 시작되어 무려 54일간 지속했다. 이 또한 북극의 온난화, 이상고온으로 찬 공기가 중위도 지역까지 남하했고, 북쪽으로 확장되었어야 할 북태평양고기압과 맞닥뜨리는 바람에 정체전선이 형성되어 이상기후가 촉발된 것이었다. 지구 온도가 1℃ 올라가면서 최근 벌어진 오스트리아 폭설, 모잠비크 대홍수, 호주 산불, 시베리아 폭염과 같은 해외 특이한 이상기후가 우리에게도 닥치고 있다. 이제 기후 변화, 플라스틱 오염과 같은 이슈는 특정 국가가 아닌 지구촌 전체의 문제가 되고 있다.

이미 50년 전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에서 살충제와 농약 등이 물고기, 야생동물, 인간에게 미치는 파괴적 영향을 고발했고, 이는 전 지구적인 환경문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이해를 하게 된 계기가 됐다. 2015년에는 제70차 유엔 총회에서 인간, 지구, 번영, 평화, 파트너십이라는 5개 영역에서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로 구성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2030년까지 이행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지속가능발전법을 제정하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사회적인 공감과 성과는 미진한 실정이다.

시급성과 중요성의 측면에서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유엔이 정한 17개 목표에서 크게 2가지 항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에너지와 자원의 문제이다. 이는 환경과 산업 문제,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고 가장 가까이 우리를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우선 에너지 문제에서 접근해 보면 화석연료의 대체 에너지를 찾는 것이 시급하다. 최근 태양광 발전, 풍력발전과 같은 신재생에너지개발을 전략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에너지 채산성의 측면에서 설득력이 모자라고 부족한 에너지로 인한 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뻔하다.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원전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후속타로 탈원전이 대세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유럽, 미국을 위시한 다수 국가가 여전히 원전을 에너지원으로 중요하게 꼽고 있다. 특히 소형모듈 원전과 같은 효율적 원전 시스템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가 선두주자로 경쟁력을 가진 분야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성장이 필요하다. 또 다른 하나는 자원 문제, 신소재의 문제로 접근해 볼 수 있겠다. 우리 몸을 에워싼 제품의 70%는 석유화학제품인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화이트 바이오와 같이 자연환경에서 생분해되는 플라스틱, 바이오매스 기반 생분해성 섬유 소재와 같은 친환경 복합소재의 기본이 되는 분야에 대한 기술개발과 관련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겠다.

멀지 않은 장래에 닥쳐올 석유 고갈은 에너지자원과 소재 분야에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석유는 야누스의 얼굴을 갖고 있다. 모든 환경문제가 여기서 촉발되는가 하면 동시에 에너지와 자원 또한 화석연료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이제 발전은 차치하고라도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원과 소재의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시간도 많지 않다.

남호수 동서대학교 교학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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