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시각]가보지 않은 길, 그러나 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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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시각]가보지 않은 길, 그러나 가야 할 길
  • 이춘봉
  • 승인 2021.12.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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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춘봉 사회부 차장

산업수도 울산의 오늘을 있게 한 일등공신 중 하나는 조선업이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황량한 미포만의 모래사장 전경을 담은 흑백사진과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 지폐 한 장으로 차관을 끌어들였고, 세계 조선 1위 기업인 현대중공업의 기반을 닦았다. 가보지 않았던 길을 앞서 걸었던 현대중공업은 2000년대 들어 다시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부유식 원유생산 저장 하역 설비(FPSO)와 반잠수식원유생산설비(FPS) 등 해양플랜트 분야의 도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셰일가스의 등장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정책 강화로 해양플랜트 산업은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가보지 않았던 길을 먼저 걸었던 덕분에 해양플랜트 산업은 다시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최선의 방안은 신재생에너지 활용인데, 이 가운데 부유식 해상풍력이 신재생에너지의 게임 체인저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부유식 해상풍력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부유체 분야이며, 울산은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부유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울산시 외자유치 파견단이 성과를 내면서 사업의 필요성과 성공에 대한 확신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의 후발주자로 뛰어든 독일 2개 회사가 주한 대사까지 움직이며 사업 참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은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좋은 예다.

일각에서는 자국 기업의 대형 프로젝트 참가를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일이 당연하다고 평가 절하한다. 외국 기업이 울산 사업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만 챙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한다. 그러나 여러 관점에서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이 울산과 지역 기업들에 막대한 이익을 보장해 줄 바다 위 유전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사업을 주도하는 독일 EnBW사는 지역업체 참여 비율을 20%로 명시했다. 울산시는 이를 참고로, 향후 더 높은 수준의 지역 업체 참여를 모색하고 있다. 9GW 사업 시 54조원 이상의 자본이 투입되는 만큼 이에 비례해 지역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의미다. 선제적 기술력 확보를 통해 향후 200GW 규모로의 성장이 예상되는 환태평양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린다.

세계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울산에 있어 큰 도전이지만, 사실 이는 도전이 아닌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탄소중립이 본격화될 경우 울산의 오늘을 있게 한 지역 수출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은 있겠지만 가야 할 길이라는 사실은 분명한 만큼 멈칫거릴 이유는 없다. 마침 정부도 부유식 해상풍력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터빈 기술 개발과 관련한 국제 공동연구 로드맵을 발표하며 부유식 해상풍력 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차질 없는 준비를 통해 울산이 단순한 제조 기지가 아닌 사업자로 발돋움해 세계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을 주도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이춘봉 사회부 차장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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