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지난주 지면을 통해 사연댐을 낮추고 수문을 설치하는 암각화 보존방안은 ‘울산의 물문제와 홍수문제’를 야기시킬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암각화를 치명적으로 훼손시킬 수 있어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암각화의 보존과 세계문화유산등재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건강한 삶과도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둘러싼 울산시와 문화재청간의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에서 십여년전 수립되었던 울산권 맑은 물 공급계획은, 사연댐의 높이를 60m에서 52m로 낮추고 부족한 물은 운문댐에서 하루 7만t을 공급받고 대암댐을 생활용수댐으로 바꿔 5만t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구미시의 반대로 지지부진했던 이 계획은 올해초 대구시의 취수원 이전계획이 지자체들간에 합의되어, 운문댐 물의 울산공급이 확정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10월29일 김부겸총리가 주재하였던 암각화보존방안에 관한 관계기관 회의에서 3개의 수문을 설치하기로 결정하면서, 운문댐 물 공급과 함께 ‘낙동강 물을 고도정수처리해서 공급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문제가 된다.
사연댐을 낮추는 것은 울산시의 의지에 따라 진행될 수 있겠으나, 실제로 대구시의 취수원 이전과 운문댐 물 울산 공급이 합의된 바와 같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이에 대한 계획, 예산확보, 공사기간 등이 적어도 십수년은 소요되지만, 낙동강 물 공급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결국 맑은 물 확보를 위한 그동안의 노력은 허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처음부터 문화재청은 울산 물문제는 관심도 없었고, 오로지 세계문화유산등재만을 위해 무조건 사연댐을 낮추어 암각화 침수를 막으려 했고, 울산시도 암각화 보존에 대한 확고한 방안과 의지 없이 맑은 물만 확보된다면 사연댐을 낮출 수 있다고 했던 것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다.
사연댐을 낮춰서 안되는 또 다른 이유는, 홍수시 시가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침수문제가 매우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수십년동안 언양지역의 급격한 도시화를 비롯하여, 태화강 전유역의 무차별적인 개발로 인해 태화강으로 유입되는 홍수량이 크게 증가됐다. 시가지 일대는 태화강 하류에 위치하고 매립으로 조성된 저지대로서, 신구시가지의 침수방지를 펌프시설에 의한 강제배수에 의존하고 있어 홍수에 근원적으로 매우 취약하다.
지난 30여년동안 태화강의 둔치가 침수되었던 사례가 1991년 태풍 글래디스를 포함하여 총 6차례 있었다. 가장 피해가 컸던 것은 글래디스 때이고, 하루 417mm의 강우로 인해 시가지 대부분이 물바다였고 제방붕괴를 비롯해 태화강 양안의 강변도로가 침수된 바 있다.
글래디스시의 강우특성, 홍수발생 상황, 현재의 태화강 하천특성 및 유역개발 현황 등을 고려하면, 태화강의 홍수소통능력은 하루 400mm 강우량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태화강 하류는 국가하천이므로 200년빈도 일강우량에 의한 설계홍수량이 기준이 되며, 2005년 태화강유역종합기본계획 상의 200년빈도 일강우량이 432mm이다. 이는 태화강이 혁신도시개발 등 유역의 도시화로 인해 설계홍수량을 소통시킬 수 없어 시가지가 홍수에 매우 취약함을 의미한다.
최근 침수피해 사례는, 2016년 10월 태풍 차바 때다. 총강우량은 260mm에 불과했으나 한시간에 104.2mm의 집중호우 등이 주된 피해원인이었다. 태화교의 수위가 약 10분만에 82cm 급상승하는 이례적 현상으로 구시가지 일대가 침수됐고, 대암댐의 과도한 방류량에 의해 제방의 월류로 반천현대아파트가 물에 잠겼다. 다행히, 사연댐 유역은 강우량이 적어 월류량이 전혀 없었고, 시가지 침수피해를 가중시키지 않았다. 사연댐의 유역면적이 대암댐의 약 2배이고 댐의 유효저수용량은 4배로서 홍수량과 홍수조절능력이 훨씬 크다. 만약 암각화 보존을 위해 계획된 바와 같이 사연댐을 낮춘다면, 유사한 홍수에도 시가지 침수피해가 매우 심각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조홍제 울산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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