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가 지역 고유의 문화자원을 활용해 도시브랜드를 창출하고 지역 사회·경제 활성화를 지원하는 문화도시 지정의 첫 관문을 통과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일 울산시가 문화도시 지정을 위한 예비도시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울산은 1년 뒤 법정 문화도시로 최종 지정되면 5년간 최대 국비 100억원을 지원받게 된다.
지난 8월 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취임 후 울산시로부터 문화·예술·체육·관광 분야 현안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문화도시 지정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후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담당자들에게 울산 지정의 당위성을 수차례 설명했다. 심사 막바지 울산시와 함께 노력한 끝에 다행히 지정에 성공했다.
울산의 문화도시 지정을 위해 발 벗고 뛴 데는 앞으로 문화융성도시로 변모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울산은 그동안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국가기간산업 발전을 주도한 산업수도로 성장해왔다. 그 결과 대한민국 최대의 공업도시, 산업의 메카, 근대화의 요람이라는 수식어만 있다. 문제는 산업구조가 제조업 중심에서 ICT 등 지식기반 산업으로 재편되면서 울산의 산업성장 엔진도 식어가고 있다.
울산이 본보기로 삼아야 할 도시가 바로 스페인의 빌바오(Bilbao)다. 빌바오는 19세기 철광석 기반의 중공업 중심지로 성장해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였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철강산업이 쇠퇴하면서 슬럼화됐다. 실업률은 35%에 달했고 45만명에 육박하던 인구도 35만명으로 급감했다.
빌바오는 몰락의 늪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 문화산업이라고 판단해 1억달러를 들여 미술관을 유치했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이후 매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방문하면서 문화산업 도시로 도약했다.
빌바오 재생 프로젝트의 핵심은 구겐하임 마술관 유치 등 그 지역만이 가진 고유한 특성과 예술성을 담은 ‘사람과 문화 중심의 도시’로 탈바꿈시킨데 있다.
그동안 울산은 울산만이 가진 독특하고 개성적인 문화가 있음에도 이를 창조적으로 발굴하거나 유지하는 정책이 부족했다. 게다가 울산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인 인구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문화융성도시 울산’은 시대적 소명이다.
‘脫울산’의 원인은 일자리나 집이 없어서가 아니다. 바로 문화향유의 부족 때문이다. ‘2021년 울산광역시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민들의 문화·여가활동에 대한 ‘만족’이 12.4%에 불과했다. 특히 ‘만족’ 답변은 2018년 36.3%에서 3년 새 23.9%p나 급감했다. 울산시민들은 문화향유 기반이 매우 열악하다고 느끼고 있다.
과거에는 먹고 사는 것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일과 삶, 휴식의 균형인 워라벨(Work-Life Balance)을 중시하는 MZ세대들의 가치관과 코로나19 사태가 맞물리면서 웰니스(Wellness)의 시대가 도래했다. 웰빙, 행복, 건강의 합성어인 웰니스는 바로 문화생활 향유에서 비롯된다.
울산시가 앞으로 문화도시 조성에서 절대 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문화의 주체는 ‘시민’이고, ‘시민 참여’로 다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울산시는 ‘시민이 직접 만들어간다’는 대원칙을 결코 훼손해선 안 될 것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취임 후 “울산의 문화융성시대를 이끌어내겠다”고 선언한 것은 울산시의 명운이 걸린 일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앞으로 울산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산업성장 엔진’뿐만 아니라 ‘문화융성의 날개’를 달아 울산 시민 모두가 동등하게 문화 향유 기회를 누릴 수 있는 날을 꿈 꾼다.
이채익 국회의원(울산 남갑)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