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하다는 것은 사전적의 의미로는 보통의 정도를 넘어 자주 있거나 생기거나 대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상태로 인해서 쉽게 접할 수 있거나 누리게 되기 때문에 흔한 것들은 높은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은 값어치가 낮고 구하기 어려운 물건들은 값이 비싼 것과 같이 말이다. 사람도 특별한 사람이 대우를 받는 사회다. 특별한 능력이 있던가 탁월한 외모를 갖고 있는 등 남들과는 차별화된 상태의 사람들이 존중받고 가치를 인정받는 사회가 되었다. 정부나 기관이나 기업이나 할 것 없이 특별한 기술에는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흔한 기술에는 관심이나 자금이 몰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특별한 순간을 기다린다. 로또와 같은 특별한 순간의 행운을 기다리며 이에 돈과 시간을 서슴없이 지불한다. 하지만 무탈한 하루에는 돈이나 시간을 쓰지 않고 기뻐하거나 감사하기도 잊은 지 오래다. 기적과 같은 한순간의 특별한 시간을 기다리고 바라지만 그 순간을 위해 흔한 시간은 그저 그렇게 보내고 있다.
미국의 작가이자 교육자였던 헬렌 켈러가 쓴 글 중에 ‘내가 3일만 볼 수 있다면’이라는 매우 짧지만, 인상 깊은 글은 이렇게 고백하고 있다. “첫날에는 친절과 겸손과 우정으로 내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준 사람들을 보고 싶다. 둘째 날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밤이 낮으로 바뀌는 가슴 떨리는 기적을 보고 싶다. 마지막 셋째 날에는 많은 사람이 일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큰길에 나가서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보고 싶다” 특별한 순간을 보고 싶어 했던 것이 아니라 흔해 빠진 것을 보고 싶어 했던 것이다. 그에겐 이 흔해 빠진 순간이 단 3일만 볼 수 있다면 보고 싶은 특별한 것들이었다.
특별해지기 위해 오늘 하루를 각박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이 흔해 빠진 것들에 대한 재발견이 필요하다. 새로운 인맥을 쌓고 특별한 인연으로 가슴 뛰는 것도 분명 중요하지만 내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준 가까운 사람들을 생각하고 특별히 감사해야 한다. 매일 무탈한 이 하루가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과, 놀라지 않고 가슴 쓸어내리지 않고 하루를 보냈다면 이보다 더 특별한 날이 있겠는가? 이는 누군가에겐 당연히 흔해 빠진 하루가 아닌 가장 특별한 날이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일할 수 있는 이 일터가 누군가에겐 항상 있는 일터가 아니고 당신이 불평하고 있는 그 자리가 어떤 이에겐 간절히 바라고 원하는 특별한 자리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흔해 빠진 이 특별한 일상들에 감사가 넘치지 않을 수가 없다.
어쩜 우리에게 허락되지 않을 막연한 특별함을 얻기 위해 노력과 에너지를 사용하고 이로써 염려하고 불평하고 근심함으로 특별히 아름답고, 감사해야 할 흔한 하루를 그저 그런 하루로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
양희종 (주)아이티엔제이 대표·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