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 사업이 2025년께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발전기 제작에 필요한 공간의 적기 확보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울산시와 관련 업계는 2025년까지 최소한 100만㎡의 부지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확보 가능한 부지는 이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자칫 시기를 놓칠 경우 애써 유치한 물량을 다른 시도에 넘겨줄 수 있는 만큼 제때 생산부지를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가 민간투자사는 물론 정부와 협력해 서둘러 부지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조건 충족하는 부지 확보 난항
2020년 GWEC(Global Wind Energy Council)의 자료에 따르면, 세계 해상풍력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덴마크의 항구도시 에스비에르다. 에스비에르에서는 세계 해상풍력 발전기의 67%가량을 제작하는데, 100만㎡ 규모의 생산부지와 이를 웃도는 배후단지를 확보하고 있다.
에스비에르항의 규모를 감안하면 울산도 최소한 100만㎡ 수준의 부지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마땅한 부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시가 애를 태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선업 경기 활성화가 부지 확보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분석을 제기한다. 유럽은 조선업이 몰락한 뒤 조선업체 부지를 해상풍력 생산부지로 활용하고 있는 반면 울산은 조선경기가 살아나면서 기존 조선업체 부지를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에 적격인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사업부가 2025년까지 조선 물량이 예약돼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 단적인 예다.
지역 조선업계가 수주를 받는 입장이어서 부지 확보에 대한 투자 계획을 수립하는 게 쉽지 않은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특히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이 고용 창출 효과는 뛰어나지만 부가가치가 낮다는 점은 투자의 걸림돌로 꼽힌다.
부지 선정 조건이 까다로운 점도 한몫 거들고 있다. 생산부지는 수심이 깊은 바다와 넓은 평지를 동시에 필요로 하는데, 조건에 해당하는 곳은 이미 개발됐거나 주거지 등이 들어서 있어 울산에서 적격지를 찾는 게 쉽지 않다.
◇30만㎡ 이상 추가 확보 필요
시는 최근 조성된 울주군 온산읍 신한중공업 배후부지 38만6000㎡를 부유식 해상풍력 생산부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는 또 온산읍 이진지구를 생산부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세진중공업은 최근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 관련 신규 공장 설립을 위해 온산국가산업단지 개발사업 시행자 지정을 받았다. 세진중공업은 2024년 말까지 이진지구 30만8085㎡ 중 27만6444㎡를 부유식 해상풍력 생산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사업에 필요한 나머지 30만㎡ 이상의 부지는 매립을 통해 얻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울산항만공사가 울산신항 남방파제 사업을 완료한 뒤 세진중공업 인근 해상을 매립하는 사업을 추진하는데, 이 중 활용 계획이 명확하지 않은 부지를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에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매립 완료 시점이 2030년으로 계획돼 있거나 일부 매립 예정지는 구체적인 계획조차 수립되지 않아 매립을 통한 부지 확보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부지 매립에 투입되는 막대한 예산이 사업의 경제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진중공업 인근 부지 약 30만㎡를 매립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3117억원으로 예상되며, 신한중공업 인근 항만배후단지 예정지 59만9000㎡를 매립하는 비용은 이를 크게 웃돌 전망이다.
◇정부 차원 지원 필수
생산부지 조성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정확한 부지 규모 파악이다. 민간투자사들을 통해 정확한 필요 면적을 산출해야 하는데, 민투사는 아직 시에 생산부지와 관련된 이야기는 거론하지 않고 있다. 시는 민투사들이 발전사업 허가를 확보하는 내년 상반기 이후는 돼야 부지 관련 협의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민투사가 투자를 포기할 경우, 애써 조성한 부지가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는 만큼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시 차원의 노력은 한계가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중장기적으로 가능한 부분을 항만조성 계획에 반영해 부유식 해상풍력 산업이 울산을 중심으로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유식 해상풍력업계 관계자는 “울산시에 모든 책임을 넘길 게 아니라 해양수산부와 항만공사 등이 부지 문제에 도움을 줘야한다”며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사업의 중요성을 인정한다면, 국가 차원에서 산업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