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제오류 논란이 불거진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해 15일 ‘정답 취소’라는 초유의 결정이 나오면서 이 과목을 응시한 이과 상위권 학생들부터 시작해 연쇄적으로 수험생들의 입시 결과에 적지 않은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이날 수능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낸 정답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교육 당국은 법원 선고에 따라 지난 10일 성적 통지 때 빠졌던 생명과학Ⅱ 응시생을 포함한 전체 수능 응시생 44만8138명에 대한 성적 산정을 마무리해 오후 6시부터 온라인으로 제공했다.
전체 응시생 44만8138명 가운데 생명과학Ⅱ 응시자 수는 6515명(1.5%)으로 비율이 미미하지만, 과학탐구Ⅱ 과목 가운데서는 가장 많다. 특히 이과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응시하는 과목으로, 전국 의약학계열 등 상위권에 폭넓게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서울대, UNIST, 카이스트 등은 과탐Ⅰ과 Ⅱ 과목을 반드시 응시해야 하고 한양대, 단국대 의예, 치의예, 약학과, GIST, DGIST 등에서 가산점을 준다. 생명과학Ⅱ을 특정해 가산점을 주는 의대도 있다.
입시업체는 20번을 전원 정답 처리하면 기존 5번이 정답으로 유지될 때보다 평균 점수가 올라가면서 표준점수 최고점이 69점보다 1점가량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채점 결과로 추산한 이 문항 기존 정답률은 입시업체별로 20~34%였다. 종로학원은 원점수 45점 기준으로 1등급 커트라인(컷) 선상에 있는 학생은 평가원 첫 채점 결과 발표 기준으로 172명, 2등급 컷(원점수 42점)에는 400명, 3등급 컷(원점수 39점)에는 257명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김동영 평가원 대학수학능력시험본부장은 이날 선고 직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입시일정이 임박했고 소송으로 인해 예정 일정의 지체가 일어나고 있어 더 이상 학생들이나 수험생, 학부모에게 피해를 드리는 일은 있을 수 없기에 항소는 고민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이 소송과 관련된 것도 지휘를 법무부로부터 받고 있기 때문에 관계기관과 저희 입장을 밝혀서 항소하지 않도록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강태중 원장은 이날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이번 일의 책임을 절감한다”며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강 원장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판결을 무겁고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책임을 절감한다. 수험생과 학부모님 그리고 선생님을 포함한 모든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이번 일이 빚어진 데 대해 통렬히 성찰하고, 새로운 평가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형석기자·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