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100살 노인을 만나도 가르칠 것이 있으면 가르칠 것이요, 여덟 살 아이를 만나서 그 아이가 내게 가르쳐 줄 것이 있으면 배울 것이다.”
당나라 때 조주 선사가 한 말이다. 선사는 14세에 출가하여 17세에 깨달음을 얻고 40년간 스승(남전 748~834) 곁에 머물면서 자신을 수양했다. 스승 사후 절에 머물면서 3년 상을 치른 뒤, 20년간 전국을 순례하면서 당대의 선사들을 만나 연마했다. 위의 글은 이 무렵에 남긴 것이다. 조주 선사는 여든 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가르쳐도 될 만큼 되었다고 여기고 선방(禪房)을 열어 가르침을 전했다. 선사는 40년을 가르치기를 쉬지 않다가 120세에 열반에 들었다. 그 옛날 시대에 조주 선사가 120세를 장수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아마도 “차 한 잔 마시고 가라”는 자족과 80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공부를 가르친 겸손함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작은 지식만 가져도 배우기보다는 가르치기를 즐기는 요즘 세태에 조주 선사의 저 말은 교훈이 될 만하다.
조주 선사가 어떤 수좌에게 묻기를, “일찍이 여기에 이르렀느냐” 하니, 수좌가 대답하기를, “일찍이 이르렀습니다”라고 했다. 선사께서 말하기를, “차 한 잔 마시고 가라(喫茶去)”라고 하였다. 또 한 수좌에게 묻기를, “일찍이 여기에 이르렀느냐”라고 하니, 수좌가 대답하기를, “일찍이 이르지 못했습니다”라고 했다. 선사께서 말하기를, “차 한 잔 마시고 가라” 하였다. 이에 원주(院主)가 묻기를, “어찌하여 일찍이 이르렀던 이도 ‘차 한 잔 마시고 가라’ 하고 일찍이 이르지 못했던 이에게도 ‘차 한 잔 마셔라’ 하십니까”하니 선사께서 원주에게도 “너도 차 한 잔 마셔라” 하였다.
조주 선사의 “차 한 잔 마시고 가라”라는 말은 깊은 뜻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한테는 저 말은 정겹게 느껴지고 여유롭게 다가온다. 차 한 잔이라는 말은 자족이다. 소박하지만 큰 뜻을 품은 말이다. 마시고 가라는 말은 마음을 베푸는 것이다. 내가 만족하는 것이라면 남도 만족할 수 있다. 소박하면서도 큰 뜻을 담은 말이라면 그 말을 듣는 사람은 분명 선사의 마음을 읽을 것이다. 벌써 연말이다. 날씨도 춥고 세상도 춥다. 그저 나에게 오는 사람, 나를 떠나는 사람에게 따뜻한 차 한 잔 내어주면서 “차 한 잔 마시고 가라”라는 말을 던지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송철호 문학박사·울산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