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경국제민(傾國啼民), 나라는 기울고 사람들은 울부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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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경국제민(傾國啼民), 나라는 기울고 사람들은 울부짖는다
  • 경상일보
  • 승인 2021.12.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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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은 새로운 경제와 사회를 구축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관리 및 보급하여 산업 혁신을 추구하고 글로벌 및 지역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동에 전념하려고 주요 플랫폼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온 세계가 무지막지한 전염병을 관리하고 지금 운영하고 있는 시스템을 재설정하여 인간과 지구를 중심으로 보다 나은 경제와 사회를 건설하는 방향으로 힘써 왔다. 그래서 WEF는 2020년까지의 자료를 바탕으로 2021년 초에 ‘세계경제위험보고서’를 발표하였다. 그간에 많은 보고서를 발표하였고 또 새로운 보고서가 조만간 나오겠지만 2021년의 보고서는 650여명의 전문가를 설문조사하여 향후 10년 이내에 발생할 위험을 예측하고 분석한 것이다.

10년 내에 발생할 것이라고 보는 위험은 극한의 날씨, 기후변화 대응 실패 및 인간 주도의 환경 피해 등이다. 이어서 디지털 권력 집중, 디지털 불평등 및 사이버 보안 실패 등이 거론되었다. 향후 10년 동안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위험으로는 전염병이 1위를 차지했으며 그 다음이 기후변화 대응 실패 및 기타 환경 위험뿐만 아니라 대량 살상 무기, 생계 위기, 부채 위기 및 IT 인프라 붕괴의 위험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위험은 시간적으로 곧 닥쳐올 위험과 서서히 다가오는 위험으로 분류하였고, 발생하면 그 충격이 아주 큰 것과 약한 것으로 구분하였다.

곧 닥쳐올 위험은 고용 및 생계 위기, 광범위한 청소년의 환멸, 디지털 불평등, 경제 침체, 인간이 만든 환경 피해, 사회적 결속력 약화, 테러 공격 등이었다. 청소년의 환멸이란 제대로 배우고 즐기며 직장을 잡을 기회를 잃은 청소년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경제적 고통을 겪게 되는 어려움을 말한다. 2023~2025년에 다가올 가능성이 있는 위험으로는 자산(부동산)의 거품 파괴, 가격의 불안정, 상품이나 재고의 충격, 부채위기, 국가간 관계악화와 갈등, 지정학적 자원관리 등을 꼽았다. 2026~2029년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위험으로는 생물다양성 감소, 천연 자원 위기 및 기후변화 대응 실패와 같은 환경 위험과 대량살상무기, 신기술의 역효과, 국가나 다자기구의 붕괴 등이 지적되었다.

응답자의 약 60%가 세계에 대한 가장 큰 단기적 위협은 ‘전염병’과 ‘생계 위기’라고 하였다. 지난 2년 동안 줄어들지 않는 바이러스로 지치고 힘들다. 바이러스는 비대면으로 일자리를 앗아갔고 디지털 변환을 가속화시켰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생계 위기를 맞았다. 이렇게 디지털 불평등이 늘었다. 생계위기가 지속되면 사회의 결속력이 와해된다. 세계의 경제가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기후변화의 위기에 대응하고 바이러스 퇴치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서 세계 여러 나라가 긴밀히 공조해야 하는데 사회는 분열되고 자원은 국가의 무기로 관리되고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걱정이다. 주택과 부동산의 위기설이 돌고 있다. 거품이 터질 때가 다가 온다는 것이다.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풀린 돈을 거두어들이며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2022년에 적어도 3번은 더 올릴 것이란다. 우리나라도 이미 집값은 너무 올랐고 이제 또 금리가 미국을 따라서 오를 것이다. 서울의 PIR(가구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이 대략 18.5배라고 한다. 평균 소득을 가진 사람이 서울의 평균적인 집을 사기 위해서는 18년 6개월 동안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가계부채가 너무 많다(GDP의 105%정도).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이며 가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36%란다. 그런데 금리가 더 오르면 어찌 되겠는가? 자금압박을 못 견뎌 매물이 쏟아지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어디에 이르겠는가? 디플레이션을 우려한다.

자영업자나 소기업이 거리두기의 고통을 받은 지가 2년이다. 바이러스는 여전하다. 빈익빈이고 국민의 대부분은 영세민이 되었다. 나라를 잘 가꾸어(經國) 백성을 먹여 살린다는 제민(濟民)이 경제인데 나라가 기울고(傾國) 사람들의 울부짖는 소리, 제민(啼民)으로 넘칠까 걱정이다.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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