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공해백화점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었던 울산에 독수리 수백마리가 찾아든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도심 한가운데를 흐르는 태화강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될만큼 자연환경이 빼어난 울산, 태화강을 중심으로 매년 백로와 떼까마귀가 날아들더니 이제는 독수리까지 합세했다니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그야말로 생태도시라 할만하다.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겨울철 조류 모니터링’에서 총 90종, 14만3532마리의 조류가 관찰됐다. 그 중에서도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천연기념물 200호 먹황새 3마리가 회야호를 찾아왔으며, 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1호) 무리가 범서읍 입암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울산 독수리’는 그 동안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울산에 독수리가 날아온다는 사실이 일반 시민들에게는 생소하기만 했다. 울산에서 독수리가 다수 발견된 것은 불과 지난 1월 쯤이었다. 당시 울산야생동물구제센터는 범서읍 입암리 들판에 독수리가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응급처치를 해 2개월 후 몽골로 날려보냈다. 독수리는 전 세계적으로 2만 마리 정도가 서식하고 있는데 그 중에 2000마리가 매년 11월께부터 한반도로 남하해 월동을 한다. 2000여마리 중 340~500마리가 울산에서 겨울을 보낸다는 사실은 울산시민들에게 충분히 이색적인 관광요소다. 백로와 떼까마귀처럼 독수리에 대해서도 다양한 관찰시설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울산시는 지난 5월 국제철새도시 등재 인증을 받은 바 있다. 이로써 대도시 도심 내 하천으로는 처음으로 울산 태화강 철새 서식지가 ‘국제철새이동경로 네트워크 사이트(FNS)’에 등재됐다. 이는 세계 철새 전문가와 국제기구로부터 철새 부양 능력과 생태적 가치의 우수성을 공인받았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독수리의 서식처인 입암리 일원이 대규모로 개발된다고 하니 걱정이다. 철새들은 그 특성상 한번 서식지가 파괴되면 다른 도시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울산이 생태도시로 또 한번 도약하기 위해서는 철새들이 안심하고 서식하도록 주변 환경을 보존하고 지키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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