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10년대 포드가 컨베이어시스템을 도입해 자동차 대량생산체제와 함께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이 방식은 컨베이어를 길게 설치해 차체를 올려놓고 이동시키면서 컨베이어를 따라 일렬로 배치된 작업자들이 순서대로 부품을 조립하는 생산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자동차 가격을 2100달러에서 825달러로, 생산시간을 630분에서 93분으로 단축시켜 부자나 귀족들의 과시용이었던 자동차를 일반 서민들까지 구입할 수 있게 했다.
이제 100년 이상 지속하던 포드시대의 종말 예고와 함께 자동차 산업은 내연기관에서 친환경 자동차로 무게 중심이 변하고 있다.
그리고 시장과 소비자는 다양한 차종과 차종 변경 주기 단축을 요구하고 있지만, 소품종 대량생산에 특화된 포드식 시스템으로는 시장의 요구를 만족할 수 없어, 이제는 다품종 소량생산체제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설비·부품공용화전략(현대자동차 2025전략)에 따라 공장을 셀(바둑판)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시장의 요구에 부응할 계획이다. 셀방식은 바둑판 모양으로 로봇 등 자동화 기계를 배치하고 무인운반차(AGV)가 차체를 올려놓고 공장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부품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컨베이어 시스템보다 10분의1 수준의 비용과 시간으로 제작이 가능해 엄청난 원가절감을 이룰 수 있다.
조립방식뿐만 아니라 제조방식에서도 새로운 혁신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3D프린팅 기술은 여러 부품을 하나로 일체화해 제작할 수 있으며, 복잡한 형상도 쉽게 제작할 수 있어 가장 관심을 받는 분야다. 또 설비 성능향상뿐만 아니라, 경량화, 제작시간 단축, 원가절감 등을 과감하게 이룰 수 있다. 앞선 셀방식 공장의 핵심 기술도 바로 3D프린팅 기술이다.
조선업의 경우에도 선박은 광범위한 종류의 부품으로 구성돼 3D프린팅에 적합하며, 특히 선박내 3D프린터를 설치하면 실시간 부품 제조·수리가 가능하고 운항 중 고장 대처가 탁월해 세계적으로 3D프린팅 기술을 적용하는 추세다.
울산시는 5년 전부터 남구 테크노산업단지 내에 4만5000평 규모의 국내 최대 규모 3D프린팅 클러스터를 조성했고, UIPA, 울산대, UNIST, 울산테크노파크, 울산생기원을 비롯해 20여 개 기업들이 제조공정 혁신을 실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와 제조공정의 혁신을 일으키는 ‘3D프린팅 기술’ 개발에 공동협력하고 있다. 모형배 분야에서부터 고부가가치 엔진 부품, AGV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목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관내 중소기업이 친환경, 저탄소 제품과 공정 등 주력산업 시장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도태되지 않고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3D프린팅 강소기업도 지원하고 있다.
이런 협업과 지원은 울산의 3대 주력산업을 고도화하고, 3D프린팅산업을 전략산업으로 키워 산업수도 울산의 위상을 견고하게 다지기 위한 첫 단추로 평가된다.
울산시는 제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제2의 도약기를 준비하고 있다. 제2 도약의 첫 시작을 알리기 위해 지난 16일 3D프린팅 벤처집적 지식산업센터에서 3D프린팅기술을 융합한 AGV, 대차지그, 로봇 청소 노즐, 엔진 부품 등을 선보이면서 2030 울산 3D프린팅산업 로드맵을 발표했다.
울산시는 ‘제조혁신을 선도하는 국내 최대 3D프린팅산업 중심도시’라는 비전 아래, 3D프린팅 혁신성장 기반 구축, 핵심 기술 확보 및 기술 우수성 확산, 전문기업 및 인력양성이라는 3대 추진전략을 설정하고, 3D프린팅 클러스터 구축, 기술지원 협업 플랫폼 구축, 산업별 핵심 기술개발, 기업육성 지원, 전문인력 양성 등 6대 핵심과제, 23개 세부과제를 2030년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2030년 울산 3D프린팅산업의 기대효과는 매출 1조4530억원에 고용 700여명 창출이다.
울산시는 3D프린팅을 이용해 제조공정 혁신과 중소기업 동반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울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한다. 산업계, 학계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앞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김영성 울산시 미래신산업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