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오후 5시19분쯤 제주도 서귀포시 서남서쪽 41㎞ 해역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앙은 북위 33.09도, 동경 126.16도로 지진 발생 깊이는 17㎞이다. 이번 지진은 지난 2008년 5월31일 오후 9시59분 제주시 서쪽 78㎞ 부근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2 지진 이후 제주도에서 발생한 역대 가장 강한 지진으로,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 역대 11번째로 강한 지진으로 기록됐다.
일반적으로 규모 4 지진은 실내에서 진동을 느끼고, 잠을 깰 정도이다. 이번 지진으로 인해 제주도민 대부분이 큰 진동을 느낀 것으로 파악된다. 흔들리는 정도를 나타내는 ‘계기진도’로 봤을 때, 제주가 5로 가장 높았고, 전남은 3, 경남과 광주, 전북 등이 2로 나타날 정도로 제주도 지진의 진동은 바다 너머 육지에서도 감지될 정도였다. 다행히 육지가 아닌 해역에서 발생해 큰 피해 없이 지나갔다. 하지만 여진이 이어지고 있어 계속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지진은 예견할 수는 없지만, 발생 후 얼마나 신속하게 지진 상황을 알리느냐가 관건이다. 20초의 시간 확보만으로도 95%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지난 2016년 9월 경주 지진 때는 인접지역의 경우 지진발생 12분이 지나서야 재난문자가 발송돼 ‘늑장 대처’ 비판이 일었다. 이번에는 지진 발생 사실을 신속히 알렸다. 재난문자는 진앙지에서 한참 떨어진 서울에도 발생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도달했다.
이날 기상청은 재난문자에서 지진 발생 사실을 알리며 ‘낙하물로부터 몸 보호, 진동 멈춘 후 야외 대피하며 여진 주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13초만이다. 경주 지진 때까지는 기상청이 지진정보를 국민안전처로 통보하면 국민안전처가 진도분석을 거쳐 재난문자를 송출했는데, 이 과정에서 문자 발송이 지연된 것이다. 하지만 2017년부터 기상청이 직접 지진 관련 재난문자 발송을 담당하는 체계 개편으로 한층 앞당겨졌다.
코로나19로 하루에도 수차례 재난문자가 휴대전화로 날아온다. 재난문자가 무의미한 알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경주와 포항에 이어 제주도까지, 한반도는 이제 지진에 안전지대가 아니다. 초를 다투는 지진 상황에서 재난문자가 결정적 해법이 될 수 있도록 안전의식을 다시 깨우자.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주)에코그린캠퍼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