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대중교통 활성화와 코로나 극복의 전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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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대중교통 활성화와 코로나 극복의 전제조건
  • 경상일보
  • 승인 2021.12.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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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유진 공학박사·대구운전면허시험단장

코로나가 델타변이를 거쳐 오미크론으로 진화하더니 이제 부스터샷까지도 무력화시킨다는 암울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코로나 확산을 막고자 다양한 방역 지침사항을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사적모임 최대 4인, 식당, 카페 영업시간 오후 9시 제한을 골자로 하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연말연시까지 시행되고, 시민 스스로도 마스크 쓰기 등에 적극 협조하며 PCR 검사를 위해 추운 날씨에도 선별검사소에 길게 줄을 서서 이 국면이 진정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시민들의 일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먼저 대중교통을 이용해 어디를 간다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울산의 경우에는 시내버스 승객이 2019년 9366만9000 통행에서 2020년에 6853만9000 통행으로 26.8%가 줄었다는 보고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6대 광역시 중에서 시내버스 분담률이 최저인 점을 고려한다면 코로나는 울산의 시내버스를 초토화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승용차의 경우에는 재택근무 등에도 불구하고 하루 평균 교통량 감소는 0.9%에 그쳤다. 이는 시민들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방역이 의심스러운 대중교통 보다는 주로 승용차를 이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전국 운전면허시험장의 신규 운전면허 취득 수입액을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이후인 2020년을 비교하면 18.6% 증가해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으로 인한 신변의 위협을 개인 이동수단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마찬가지로 혼자 탈 수 있는 자전거, PM 등 개인형 이동수단의 이용률이 증가하는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고 대중교통으로서 시내버스를 포기할 수는 없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시대에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의 시대로 전환되는 시점에 코로나로 인해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되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가 않다. 시내버스를 이용해야만 하는 일반 시민들에게는 어떠한 방역 조치도 내려지지 않고 있다. 시민 스스로가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내버스의 경우에는 제한된 공간 내에 불특정 다수가 밀집될 수밖에 없으므로 발열체크, 열화상감지기 운영, 탑승 전 명부 작성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추진되어야 하지만 시내버스의 경우에는 오로지 시민들의 마스크 쓰기에 의존할 뿐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급격하게 시내버스 이용률은 감소할 것이고 승용차 선호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중교통에서 승용차로 전환된 시민들을 다시 대중교통 이용객으로 전환시키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출퇴근 시간대 시내버스 내 혼잡도 관리 및 배차간격 조정으로 저밀도 운행방안을 마련하고, 나아가서는 시내버스의 차량 용량을 재설정하여 친환경 대중교통수단으로 ‘전염병 감염률 제로’라는 인식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더불어 감염위험이 낮은 도보, 자전거와 개인용 이동수단 이용률 증대를 위해 도로변 일부를 자전거 등 개인용 이동수단 운행공간으로서 변환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코로나 시대를 핑계로 승용차 이용이 증가했으니, 보도를 줄여 차도를 확장해야하고 도심에 주차장을 확대 설치하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승용차의 진입을 억제하고 대중교통으로, 자전거로, 그리고 도보로 걷기 좋은 도로를 만드는 것이 코로나를 극복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노유진 공학박사·대구운전면허시험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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