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농산물 가격 급등에다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올해 울산지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치솟는 밥상물가에다 사회적 거리두기까지 장기화되면서 올해 울산경제는 지독한 소비절벽에 시달렸다.
◇울산 소비자물가 4%대 상승률 기록
올해 울산지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월(2.3%)부터 9월(2.9%)까지 6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다가 10월에는 3%대를 넘어섰고, 지난달(4.0%)에는 4%대로 뛰어올랐다. 2011년 12월 4.3% 기록 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올해 들어 최고치다.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농축수산물값이 천정부지를 치솟으며, 물가 상승을 주도했지만, 하반기 들어 석유류와 가공식품이 모두 오르면서 공업제품 가격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2월만 하더라도 -0.7%를 기록했던 공업제품 가격 상승률이 4월 2.6%, 9월 3.4%, 10월 4.2%, 11월 5.5% 등으로 상승폭을 키워갔다.
올해 높은 물가 상승률은 상당부분 해외 요인으로 풀이된다. 한 예로 지난 11월 울산 물가상승률을 품목성질 별로 기여도를 따져보면, 기여도가 큰 품목 앞자리엔 석유류(1.98%p)와 개인서비스(1.10%p), 농축수산물(0.60%p) 등 유가, 국제 원자재 가격, 세계적 공급망 차질 등의 영향을 받는 품목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 품목의 기여도가 큰 까닭은 한국 경제의 수입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밥상물가의 상승도 울산시민들의 소비를 위축시키는데 한몫 했다. 올해 2월 울산지역 농축수산물 상승률은 17.1%까지 치솟았고, 8개월 연속 10%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도 하반기 들어 줄줄이 상승했다. 여기에 최저임금 후폭풍도 거셌다. 인건비를 줄이고 야간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곳이 생겨났고, 유통업계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대체하기 위해 무인화 도입이 확산되는 분위기도 나타났다.
◇보복소비 추세에도 울산시민 지갑 닫아
국내외 경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올해 울산의 소비 회복세는 매우 더디게 진행됐다.
전국의 소매판매가 급등하며, 완연한 경기회복을 보였으나, 울산지역 경제지표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행보를 보였다. 백신 접종과 완화된 거리두기 등으로 보복소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타 시도와 달리 울산지역 소비자들의 주머니는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동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울산지역경제동향’ 자료를 살펴보면 소비지표인 소매판매가 전국에서 가장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울산의 소매판매는 승용차·연료소매점, 슈퍼·잡화·편의점, 대형마트에서 줄어 전년동분기대비 2.9% 감소, 17개 시도 중 증가율 꼴찌를 기록했다.
특히 8월에는 대형소매점 판매액지수가 17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기도 했다. 8월 울산의 대형소매점 판매액지수는 1년 전보다 6.4% 줄어든 74.1를 기록했다. 코로나 확산 초기인 지난해 3월(63.7) 이후 17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백화점은 전년동월 대비 4.4% 감소한 62.5%로 올들어 가장 낮게 집계됐고, 대형마트 역시 7.7% 감소한 86.3로 조사됐다.
전통시장을 포함한 소상공인들의 매출액도 곤두박질쳤다. 울산시상인연합회에 따르면 울산지역 전통시장들의 매출액은 평균 20~3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