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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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첩첩산중
  • 정세홍
  • 승인 2021.12.2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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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홍 사회부 기자

침체일로였던 조선경기가 되살아날 조짐이다. 글로벌 조선 시황이 풀리면서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업계는 올해 수주 랠리를 이어왔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모처럼 다시 찾아온 호황기에 국내 조선 3사는 도크에 이미 2~3년치 일감을 확보했다.

이달 기준 현대중공업그룹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금액 224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주 금액 200억달러 돌파는 지난 2014년 180억달러 이후 최대 금액이자 2013년 320억달러에 이은 역대 2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모처럼만의 호황과 두둑한 수주 잔고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 노사는 웃을 수 없는 분위기다. 안팎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기 때문이다.

우선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7월 2019년과 2020년 단체교섭을 타결했다. 이후 지난 8월 상견례를 갖고 2021년 임협을 진행했지만 빈 손으로 올해를 마무리하게 됐다. 그 와중에 노조 집행부는 강성 노선의 정병천 지부장이 당선됐고 합법적 파업권을 손에 쥔 상태다.

또 최근에는 2012년부터 이어져 온 통상임금 문제가 9년간의 법적 다툼 끝에 마무리됐다.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지난 16일 현대중공업 노동자 10명이 한국조선해양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되돌려 보냈다. 향후 통상임금 소송과 관련한 당사자 지위는 현대중공업이 갖게 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임금체계 개편을 놓고는 사무기술직 과장급 이상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지난 15~16일 임금체계 개편을 골자로 동의서를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절차가 잘못됐다는 직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사장에게 직접 잘못된 절차를 바로잡아 달라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내년 1월부터 현대중공업은 사무직의 연월차를 폐지하고 기본급을 높이도록 하는 임금체계 개편을 시행한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도 전망이 밝지 않다. 지난 2019년부터 추진해온 인수합병 심사가 난항을 겪으며 또다시 해를 넘기게 됐다.

내년이면 현대중공업이 울산에 자리잡은 지 50년이 되는 해다. 그렇지만 내년에도 노사가 풀어야 할 과제들이 쉽지 않아 보인다. 내년 본격적인 조선산업 도약을 위해 노사가 현명한 판단으로 머리를 맞대길 기대한다.

정세홍 사회부 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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