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에 수천명씩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역학조사관을 제대로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감염병과의 전쟁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울산시와 구·군은 모든 역량을 다해서라도 부족한 인력을 보충해야 한다. 수도권에 비해 울산은 코로나 확진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코로나19의 특성상 대규모 집단감염은 언제 어디서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북구보건소에 따르면 지난 10월25일 6급 역학조사관이 업무 스트레스로 그만둔 뒤 현재까지 역학조사관 자리는 비워져 있는 상황이다. 북구는 1차 모집공고를 냈으나 지원자가 없었으며, 오는 1월5일까지의 2차 모집공고에도 현재까지 지원자가 없는 상태다. 동구보건소도 지난 11월 역학조사관이 건강상의 이유로 퇴직한 이후 새로운 역학조사관이 임명됐으나, 불과 10여일 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다행히 오는 1월3일자로 새로운 역학조사관이 발령났으나 역학조사관이 이처럼 자주 바뀌게 되면 업무 연속성 측면에 아무래도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울산지역에는 울산시 4명을 비롯해 북구 2명, 나머지 4개 구·군 1명씩 등 총 10명의 역학조사관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각 구·군 보건소 역학조사팀을 이끌며 코로나19 감염에 대응하고 있으나 워낙 일이 많고 스트레스가 커 일을 그만 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퇴근 이후에도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어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다. 지난 5월 이주형 전북대 의대교수가 전국 시도 역학조사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하루 근무시간이 평균 11.2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학조사관은 6급 기간제 공무원으로, 의사와 약사, 수의사, 간호사 등 관련 면허를 취득하고 일정 실무경력을 갖추면 지원 가능하다. 그러나 북구보건소의 경우 적지 않은 급여에도 채용에 응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형편이다. 또 역학조사관들의 신분 상태가 불안정한 것도 문제다. 정부는 물론 각 지자체들은 역학조사관들을 대부분 임기제로 채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직률이 유난히 높다. 이런 상태로는 앞으로 닥쳐올 감염병에 대처할 수 없다. 정부는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해 의료인력 확충과 역학조사관 처우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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