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전통장인-산업수도 울산, 그 맥을 찾아서]“고되고 힘든 작업이지만 후세 위해 보존해야 할 전통공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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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전통장인-산업수도 울산, 그 맥을 찾아서]“고되고 힘든 작업이지만 후세 위해 보존해야 할 전통공예”
  • 전상헌 기자
  • 승인 2022.01.03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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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시 무형문화재 제1호 장도장 장추남 장인이 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는 산업수도 울산의 출발점인 울산공업센터 기공식이 열린지 60주년 되는 해다. 울산이 대한민국 최고의 산업수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우연이 아니다. 선사시대부터 이어진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대곡리 암각화군부터 손기술이 뛰어난 수많은 장인이 그 맥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현대사회 첨단문명이 있기까지, 그 뿌리가 된 전통을 오늘날까지 잇고 있는 울산의 무형문화재 장인들을 만나본다.

“코로나가 이어지면서 장도를 사러 오는 사람이 없어. 코로나 전에는 알음알음 공방을 찾아오는 사람이 있었는데 지난해는 단 한 명도 공방을 찾지를 않았어. 판로가 없어진 거지.”

1930년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난 장추남(울산시 무형문화재 제1호 장도장) 장인은 해방 이후 아버지의 고향인 울산 병영으로 돌아와 70여 년 넘게 이 길을 걷고 있다.

처음 시작은 담뱃대 만드는 일부터 시작했다. 담뱃대 수요가 줄어들면서 어깨너머로 배운 장도를 만들며 지난 2019년 1월 울산시 지정 무형문화재 1호 장도장으로 지정됐다.

▲ 장도장 장추남 장인의 아들이자 전수자인 장경천씨.
▲ 장도장 장추남 장인의 아들이자 전수자인 장경천씨.

그동안 많은 시련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힘든 시기는 없었다. 그의 하루는 전수자이자 아들인 장경천씨와 함께 오전 7시30분 중구 중앙동 공방 ‘고정민예사’의 작업대에 앉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이후 6시간 동안은 오롯이 혼자만의 고독한 싸움이 이어진다. 찾아 주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요즘 장도의 쓰임새가 없어서 그런지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20~30년 전만 하더라도 만들기 전에 선주문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장식용으로만 찾는 정도라고 할까. 공장에서 찍어내는 장도와는 차이가 있는데 가격만 물어보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있고요.”

이렇게 말하며 장인은 장도 칼집 문양을 내기 위해 거침없이 망치질을 이어갔다. 은박지 같던 두툼한 은 조각이 수백 번 장인의 손길이 닿자 어느새 한 마리 용으로 탄생했다.

▲ 장추남 장인이 중구 중앙동 공방 ‘고정민예사’에서 작업 중이다.
▲ 장추남 장인이 중구 중앙동 공방 ‘고정민예사’에서 작업 중이다.

이런 망치질도 공방의 위태롭게 하고 있다.

장인의 주특기이자 울산에서 장인만이 만들 수 있는 장도에 오동상감을 입히는 작업을 위해선 사흘에 걸쳐 망치질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공방이 주택가에 있어 금속을 제련하고 단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소음은 아무리 방음을 잘해도 진동마저 막을 수 없기에 이전을 고민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1년 동안은 장도 판매도 잘 안 돼 월세도 못 낸 상태다.

▲ 장추남 장인이 제작한 장도 작품들.
▲ 장추남 장인이 제작한 장도 작품들.

장경천씨는 “오동상감을 만들기 위해 금과 구리를 합금하는 과정도 힘들다. 불순물이 조금만 들어가도 갈라지는데 비싼 돈을 주고 원재료를 사와 버리는 방법 외에는 답이 없다. 결국 장도를 팔아 원재료를 다시 사서 작업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가 좋아하시고 일이기에 단시간에 배우기 힘든 기술이고 힘든 일이지만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후대에 이런 기술이 사라지는 것은 너무 아깝다. 홍보할 기회가 있다면 자주 알리려고 한다. 그런 자리가 많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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