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난 2000년께 수립한 철도망구축계획에 따르면 울산 태화강역에서 부산 부전역을 잇는 구간은 광역전철 전용이다. 무궁화호가 남창역에 정차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지역 여론이 들끓었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들이 군을 찾아 ‘광역전철 전용’임을 확실히 했다.
하지만 당시 계획과 달리 부전역에서 출발한 무궁화호는 10분 뒤 센텀역에, 6분 뒤 신해운대역에, 9분 뒤 기장역에 정차한다. 반면 울주군 구간을 기존 계획대로 ‘패싱’하고 33분간 달려 태화강역에 도착한다. 한국철도공단의 이같은 결정은 결국 ‘울산·울주 홀대론’을 키웠다.
하지만 공단만을 탓할 수만은 없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광역전철 개통이 거의 임박해서야 이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당연히 무궁화호가 남창역에도 정차할 것’이라고 오판한 책임이 있다.
동해선 광역전철 1단계인 부전역~일광역 구간은 5년 전인 지난 2016년 개통됐다. 그때 이미 센텀·신해운대·기장역은 무궁화호와 광역전철 탑승객의 동선을 분리하는 시설을 갖췄다. 그러나 시와 군은 2단계(일광역~태화강역) 구간 개통이 거의 임박할 때까지 남창역에 열차와 전철 탑승객 분리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데 대한 의문을 품지 않았다.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울산시는 지난달 28일 국토교통부 장관, 국가철도공단 이사장, 한국철도공사 사장 등과 협의를 거쳐 무궁화호의 남창역 정차 결정을 최종 이끌어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남창역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한국철도공사는 다음날 보도자료를 통해 ‘울산시가 남창역 무궁화호 정차 필요성에 대해 건의했고, 공사는 관계기관과 협의 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9년 기준 남창역 무궁화호 이용객(하루 평균 928명)의 80.8%가 부전~태화강 구간을 이용하고 있고, 이 구간에는 광역전철이 평일 100회, 휴일 90회 운행돼 이용객들의 편의가 크게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동대구·경주지역 이용객들은 태화강역에서 환승할 수 있도록 열차 시각을 조정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여전히 무궁화호의 남창역 정차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셈이다.
관계기관 수장이 사실상 ‘OK’했다는 상황을 고려하면 울산시의 확정 발표대로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섣부른 보도자료를 낸 울산시가 자칫 전국 철도 운영 계획을 수립하는 철도공사에 미운털이 박힌건 아닐지 걱정이다.
울산은 오는 2023~2024년께 도입될 준고속열차 KTX이음을 남창역에 정차시켜야 한다는 또 하나의 과제를 안고 있다. KTX이음은 무궁화호에 비해 정차하는 역이 더욱 적다보니 센텀·신해운대·기장역과 경쟁해야 한다. 남창역에 KTX이음을 최대한 많은 횟수로 정차시키는게 최선의 결과다. 그런데 철도공사가 과연 인구가 많은 부산을 두고 남창역에 KTX이음을 세우는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쉽지 않겠지만 울산시와 울주군은 손놓고 있어서도, 남창역 사태를 되풀이해서도 안된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행정을 기대해본다. 이왕수 사회부 차장 wslee@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