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이 ‘오징어 게임’에 이어 넷플릭스 전 세계 1위를 석권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 드라마는 인간에게 천사라 불리는 초현실적 존재가 나타나 지옥행을 통보하면서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타인을 함부로 낙인찍는 사회의 공포를 그렸다. 인간들이 지옥행을 선고받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지만, 통보를 받은 즉시 ‘죄인’으로 낙인찍히고 만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불편함을 감출 수 없었고, 엔딩을 보고도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드라마 속 낙인은 현실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방역패스가 일반화되면서 개인적 사정으로 인해 백신 접종을 하지 못한 미접종자들이 암암리에 죄인으로 낙인 찍히고 있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출현과 함께 위중증 환자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등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거세지자, 최근 정부는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 대상 시설에 백화점, 대형마트도 포함시켰다. 이제 백신 미접종자는 48시간 이내 PCR 음성 확인서 결과, 백신접종 예외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만 마트와 백화점 이용도 가능해진 것이다. 또 오는 3월부터는 만 12~17세 청소년들에게도 방역패스를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반발이 극심해진 상황이다.
물론 집단면역 체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미접종자 차별 논란은 점차 커지고 있다.
당초 백신접종은 개인의 선택이고,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은 하지않겠다는 정부의 발표와 달리, 방역패스 도입 이후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으며, 현장의 목소리와 정부의 대응은 계속해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
사회적 합의가 없는 일방적인 방역패스 도입 등 지금의 방식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의문이다. 백신 접종률이 80%에 육박했지만, 본인이나 주변 지인들의 부작용 사례를 지켜보면서 ‘부스터샷’ 접종을 고민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백신 접종은 누군가의 강요가 아닌,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대다수의 미접종자들이 접종을 거부하는 이유로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 ‘백신 효과 불신’ 등을 들고 있다. 백신 부작용 의심 사례에 대해 충분한 설명 없이 ‘인과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책임감 없는 모르쇠 대응에 국민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접종 완료율 숫자에 갇혀 백신패스 도입을 강행하기보다,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을 통해 사회적 불안감을 낮춰야 한다. 국민적 지지와 신뢰를 바탕으로 했을 때 정부가 추진하는 위드 코로나도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석현주 경제부 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