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전통장인-산업수도 울산, 그 맥을 찾아서]전통보존에 안간힘…후진양성 어려워 대부분 자녀 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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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전통장인-산업수도 울산, 그 맥을 찾아서]전통보존에 안간힘…후진양성 어려워 대부분 자녀 전수
  • 전상헌 기자
  • 승인 2022.01.05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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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우(가야신라토기)

“외고산 옹기마을에서 가장 큰 옹기공장이던 영남요업도 지난 2017년 경영악화로 문을 닫았으면 말 다한 거지. 코로나로 경기가 안 좋아지니까 규모가 작은 공방들은 문을 닫지 못하고 버티고만 있는 거야.”

▲ 서종태(경남요업)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외고산 자락에서 옹기를 구으며 사는 이들이 있다. 옹기만 바라보며 한평생을 살아온 장성우(가야신라토기)·서종태(경남요업)·진삼용(금천토기)·조희만(성창요업)·배영화(영화요업)·허진규(옹기골도예)·신일성(일성토기)·고(故) 최상일(영남요업) 장인은 지난 2009년 울산시 무형문화재 제4호 옹기장으로 지정됐다.

▲ 진삼용(금천토기)

6·25 전쟁 때 피난 온 경북 영덕 출신 허득만 옹기장인이 터를 잡고 당시 공무원 월급의 배가 넘는 옹기를 만들 때만 해도 옹기를 만드는 법을 배우려고 마을에 자리 잡는 이들이 하나둘 늘었다. 60년 남짓한 세월도 무심하게 지금 옹기마을은 옹기 공방 9곳에 60여 가구 140여 명이 사는 단출한 마을로 변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면서 장독이 사라졌어. 고추장, 된장을 다 사 먹으니까 숨 쉬는 그릇 옹기가 팔리지 않는 거라. 요즘 식당에서도 주인이 좋다고 해도 종업원이 무겁다고 싫어하면 사용 못 해. 그래도 옹기로 생활 소품 같은 걸 만들어 팔기 위해 많이 고민하고 있지.”(서종태 장인)

▲ 조희만(성창요업)

옹기마을 장인들 모두 전통 기법을 고수하면서도 변화를 통해 최고의 옹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허득만 옹기 장인에게서 옹기를 배워 가마를 지키고 있는 배영화 장인의 심정은 더욱 간절하다.

“옹기는 절대 없어질 수가 없지. 다른 그 어떤 그릇보다 옹기에 음식을 담으면 절대 변하지 않거든. 심지어 물을 담으면 정화도 된다니까. 원하는 데로 주문 제작도 가능하기 때문에 쓰임새도 다양하지. 옹기를 한 번만 사용한 사람은 없어. 다른 사람까지 끌고서 다시 사러 올 정도야.”(배영화 장인)

▲ 배영화(영화요업)

문제는 후진 양성이다. 장독 같은 전통적인 옹기는 판로가 거의 없다 보니 배우려는 젊은 사람이 제한적이다. 울주외고산옹기협회 7명의 장인 가운데도 배영화·허진규 장인을 제외하곤 모두 자녀들이 가업을 잇도록 전수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장인들도 자녀들도 힘들고 고된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전통을 보존하기 위해 고심 끝에 결정했다고 한다.

▲ 허진규(옹기골도예)

“옹기 성형기법은 쉽게 배울 수 없어. 조금이라고 유연한 젊은 시절에 시작하면 능숙하게 습득할 수 있는데 요즘은 젊은 사람들은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해서 아쉽지. 그래서 연구와 기술 보존에 어려움이 있어. 그래서 전통을 잇기 위해 자녀들에게 전수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거지.”(신일성 장인)

▲ 신일성(일성토기)

“학교 강의를 듣다 본격적으로 옹기를 배우고 싶다고 전수 장학생으로 들어온 한시흔이라는 친구가 있어요. 이런 청년들이 옹기 산업의 미래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저도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죠. 많이 보고 듣고 돌아다니며 실용적인 옹기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연구해야 유물이 아닌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옹기를 만들게 되고, 나아가 전통 옹기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허진규 장인)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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