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이 있다. 협력의 중요성, 시너지 효과, 동료의 소중함, 혼자 있을 때 쓸쓸함, 장기 레이스의 고통, 멘토의 존재, 마지막 한 고비 등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문장이다. 그리고 이 말과 궤를 같이하는 문장 또한 많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개미가 절구통을 물어간다, 기러기도 날 때 줄지어 난다, 우리가 남이가 등등.
얼핏 보면 당연한 말이고 평범해 보이는 내용이다. 그러나 일하는 사람, 목표를 달성해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공부든 일이든 한 번 흐름을 타면 이걸 계속 이어나가야 하는데, 옆에서 새로운 일거리가 생기거나 다른 책을 봐야하는 경우가 생기면 흐름이 끊기고, 삐걱거린다.
예를 들어 영어 1시간을 공부한 후에 수학 1시간을 공부하는 게 낫지, 영어와 수학을 계속 왔다갔다 하면서 2시간 책 보는 건 효율적이지 못하다.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한참 집중해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데, 다른 일이 옆치기로 들어오면 흐름부터 깨진다. 옆에서 들어온 일을 하다가 원래 하던 일에 차질을 빚는 경우도 있다. ‘일단 하던 것부터 마무리하고, 저 일 해야지’ 했다가 바쁜 와중에 깜빡 놓쳐서 사달이 나기도 한다.
이런 시행착오 덕분에 생긴 말이 ‘남들 할 때 같이 해라’이다. 그 이유는 첫째, 남이 해놓은 것을 따라하면 일단 편하다. 잘 안된다 싶으면 옆 사람을 보면 쉽게 해결된다. 어른이나 학생이나 짝지가 똑똑하면 좋다. 둘째, 실수하더라도 나만 틀린 게 아니라서 심리적 타격이 적다. 혼자 틀리면 끌려가서 일대일로 혼난다. 그러나 모두가 틀리면 모두가 불려가는 것이 아니라 상급자 한 명이 우리에게 온다. 잔소리와 야단 또한 분산된다. 셋째, 의외의 기쁜 이벤트가 생긴다. 마감일이 다가와서 일처리를 하려고 폴더를 열어보니 ‘어? 내가 이걸 벌써 다 해놨네? 언제 했는지는 몰라도 만세!’ 이쯤 되면 동료들에게 한없이 감사하게 된다. 넷째, 탁상달력과 메모지가 덜 지저분해진다.
방학식 날에 학생의 표정은 밝지만, 교사는 그렇지 않다. 성적 마감, 상담 입력, 출결 마감, 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 작성, 입시 마무리, 진급 준비, 졸업 준비, 신입생 맞이 준비, 각종 결산 등 일이 산더미같이 남아있다. 그래서 방학 첫날부터 학교 주차장에는 교직원 차량으로 많이 차있다. 특히 생기부 담당교사, 교무부장은 방학에도 거의 매일 출근한다. 이는 교육청도 마찬가지다. 내선 전화기는 늘 울려대고, 업무용 쿨메신저는 사실상 핫메신저다.
어느 베테랑 교사의 말이 지금도 기억난다. “혼자 가면 지쳐서 포기하고, 다같이 가면 포기하고 싶어도 떠밀려가서 결국은 완주하게 된다” 다같이 서로를 다독여가면 임인년 2022년도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 것이다.
김경모 현대청운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