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 말 이색(李穡)의 시(詩) ‘산대잡극(山臺雜劇)’에는 오늘날의 축제 모습을 볼 수 있다. 먼저 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山臺結綴似蓬萊
(산대 모양은 봉래산 같고)
獻果仙人海上來
(바다에서 온 선인이 과일을 바치네)
雜客鼓鉦轟地動
(북과 징소리 천지를 울리고)
處容衫袖逐風廻
(처용의 소맷자락 바람에 날리우네)
長竿倚漢如平地
(긴 장대 위 사람은 평지처럼 놀고)
瀑火衝天似疾雷
(폭발하는 불꽃은 번개처럼 보이네)
欲寫太平眞氣像
(태평스런 이 기상 그리려 해도)
老臣簪筆愧非才
(늙은 신하 붓이 재주없음을 부끄러워하네)
여기서 ‘산대 모양’은 일종의 높은 천막을 지칭하는 것으로 축제장의 모습이고, ‘바다에서 온 선인이 과일을 바치네’는 제의 의식이다. ‘북과 징소리가 천지를 울리는 것’은 음악공연이고, ‘처용의 소맷자락이 바람에 날리우는 것’은 민속공연이며, ‘긴 장대 위 사람은 평지처럼 놀고’는 줄타기 공연이다. ‘폭발하는 불꽃은 번개처럼 보이네’는 불꽃놀이이다. ‘태평스런 이 기상 그리려 해도 늙은 신하 붓이 재주 없음을 부끄러워 하네’는 감흥을 표현한 것이다. 이 시를 통해서 고려시대에 오늘날 형태의 축제가 존재했고, 특히 울산과 관련된 처용무가 축제의 공연에 등장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축제의 형태는 조선시대를 거쳐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는 것이다.
1995년 이천 도자기축제와 금산 인삼축제를 시범축제로 시작으로 1996년부터 문화관광부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문화발전의 계기로 활용하기 위해 관광상품성이 있는 축제를 육성하기 시작했다. 제도적으로 문화관광축제를 등급화해 선정하게 된 것은 1999년 지역축제를 평가해 2000년도에 처음으로 발표하면서부터이다. 이와 같이 문화관광축제를 선정하게 된 배경은 양적으로 팽창한 지역축제에 대해 경쟁을 통해 내실화를 기하고, 우수한 축제의 집중 육성 및 잠재력이 있는 유망축제의 발굴,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우리 축제를 세계적 수준의 문화관광상품으로 발전시키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예산 차등 지급 때문에 매년 지자체가 축제 등급 상승에 과도한 정책 역량을 소모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2020년부터는 기존 문화관광축제 등급(대표·최우수·우수·유망) 제도와 예산 차등 지원제도를 폐지하고, 등급 구분없이 단일 문화관광축제를 지정하고 예산도 균등 지원(2년간 축제당 6000만 원 이내)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지정된 축제는 2년간 국비(보조금) 지원과 함께 문화관광축제 명칭 사용, 한국관광공사를 통한 국내외 홍보 마케팅 지원 등을 받게 된다. 2020~2021년도에 지정된 전국 문화관광축제는 총 35개인데 이 중 울산의 문화관광축제는 옹기축제가 유일하다.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하면 2021년 우리나라 지역축제의 수는 1004개로 집계되고 있는데 울산은 19개로 전체 1.8%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 울산에는 옹기축제를 제외하고는 문화관광축제로 발전할 수 있는 축제가 드물어 보인다. 문화관광축제 지정을 위해 매년 중앙에 울산의 지역축제 몇 개를 올리고 있지만 선정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울산의 지역축제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원인을 분석해 보면 진정성 결여, 프로그램의 진부, 콘텐츠 부족, 예산의 비효율성 및 부족, 전문가의 부족 등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한다면 다소 문화관광축제에 근접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혁신 없이는 불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차제에 울산만의 특화된 축제, 경쟁력 있는 새로운 축제의 개발을 제안해 본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모든 것이 정지됐다. 축제도 멈추었다. 서두에서 언급한 산대잡극의 시처럼 하루빨리 축제가 정상화되어 우리의 삶이 풍성했으면 한다.
이정학 전 울산과학대학교 교수 관광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