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5년 10월 개관한 울산문화예술회관은 대공연장·소공연장·야외공연장·전시장 등을 갖춘 울산의 대표 문화예술 공간이다. 1998년 6월 현대예술관, 2003년 9월 북구문화예술회관 등을 시작으로 지금은 각·구군 마다 공연·전시장을 갖춘 예술회관이 들어섰다. 하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울산에는 공연·전시를 개최할만한 변변한 시설을 찾기 힘들었다.
이에 울산문예회관에서 공연·전시를 열었다는 것만으로도 지역 예술인들로서는 상당히 자부할 수 있었다. 울산문예회관 운영 조례 시행규칙에 ‘국제문화예술의 교류와 전통문화예술의 계승·발전 및 지방문화예술진흥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공연·전시·연습’이나 ‘시민의 정서함양과 건전한 가치관 형성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공연·전시·연습’ 등이어야지 사용허가를 받을 수 있다. 게다가 같은 날 신청을 할 경우 대관심의위원회에서 경중을 가려 우선권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런 모습도 사라지고 있다. 특히 공연장만큼은 전문예술 공연을 지향했지만,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물론 예전에도 대관으로 이문세, 이미자 등 대중가수 공연은 열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는 울산문예회관이 자체 기획으로는 처음으로 대중가수 이승환 공연을 개최했다. 운영 조례 시행규칙에 있는 ‘관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행사’ 조항에 따라 대관심의위원회 없이 기획 공연은 내부 결재만으로 공연장 사용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울산문예회관측은 과거의 개념으로 보면 대중가수인 BTS가 UN 특사를 할 정도로 문화의 개념이 시대상에 따라 달라지기에 기획했다는 입장이다. 물론 대중가수 공연을 열 수도 있다. 문제는 전문예술을 하는 지역 예술인들은 빡빡한 공연장 사정으로 공들여 대관 신청 서류를 준비해도 원하는 날짜에 공연을 못 할 수도 있는데, 지역 대표 문화예술 공간이 발 벗고 나서 대중가수 기획 공연을 했다는 점이다.
나아가 오는 10월7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종목 중 보디빌딩이 울산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릴 예정이라는 것이다. 총 40개 종목 중 39개가 문수보조경기장·문수테니스장·성광여고 체육관·태화강 등을 비롯해 체육시설이나 실외에서 치러지는 데 반해 보디빌딩만 유독 문화시설에서 개최를 준비 중이다. 울산 전국체전 기획단은 보디빌딩 경기장 세부 규칙상 방송국 공개홀·극장식 공연장 등이 필요해 울산문예회관을 선택했고, 홈페이지에 개최지로 표기했다고 한다. 다만 언제든 장소 변경은 가능하다고 부연해 설명했다.
공은 울산문예회관으로 넘어왔다. 보디빌딩 경기장 세부 규칙엔 극장식 공연장과 함께 방송국 공개홀도 명기돼 있고, 지난 제86회 울산 전국체전 보디빌딩 경기장도 KBS울산홀이었다.
10월은 많은 문화행사가 열리는 시기다. 코로나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지만,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몰려올 수 있다. 울산의 대표 문화예술 공간에서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최고의 무대를 소개할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나아가 울산문예회관의 정체성을 다시금 점검해 볼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전상헌 문화부 차장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