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호랑이 해다. 호랑이에 대해서는 우리의 역사와 생활 속에 여러 가지 이야기가 넘쳐흐른다. 백수의 제왕으로 용맹할 뿐 아니라 영험한 동물의 상징으로 우리 민속과 민화에도 많이 언급된다.
호랑이를 얘기하자면 5000년 전 반구대 암각화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다. 반구대 암각화에는 20여 점의 호랑이가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반구대에 고래, 사슴 다음으로 많은 것이 호랑이 그림이고 그중에는 함정에 빠진 호랑이와 새끼를 밴 호랑이의 모습 등이 있다. 호랑이를 식량자원으로 사용하였다는 증거이며 당시에도 호랑이 가죽이 유용한 자원이었으리라는 추측을 하게 한다.
호랑이와 관련된 버섯으로는 호피난버섯이 있다. 호피난버섯은 난버섯속(Pluteus)의 버섯으로 1991년 일본에서 신종으로 발표됐다. 여름에 썩은 고목 위에 발생하는데 학명은 ‘플루테우스 판테리너스 Pluteus pantherinus’이다. 종명인 ‘판테리너스’는 ‘표범 무늬가 있는’이라는 의미이고 일본명은 효우몬우라베니가사(ヒョウモンウラベニガサ, 豹紋裏紅傘)로 표범 무늬가 있는 난버섯을 뜻하는 말이다.

이 버섯은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는 발견되었지만 아직 중국이나 타이완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는지 인터넷에 사진이 올라와 있지 않고 서구에서는 볼 수 없는 희귀한 버섯이다. 필자도 10여년을 하루같이 다녔어도 가지산 석남사 계곡에서 단 한번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호피난버섯, 표범이란 일본의 버섯 이름을 우리의 호랑이로 바꾼 국내 명명자의 재치에 다시 한 번 감사한다. 우리나라의 많은 것이 대륙인 중국이나 해양인 일본, 미국을 통해 들어온 것인데, 표범을 최고의 호랑이로 만드는 것이 우리 민족의 태생적 삶의 방식이자 우리만의 강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호랑이 민족이다. 올해 나도 호랑이를 하나 만들어야겠다.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