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겨울방학을 맞이했다. 학생들과 개학까지 건강한 모습으로 지내고 오자는 약속을 했고, 코 끝에 매섭도록 달리는 추위를 잠시 피함과 동시에 재충전과 재도약의 시기를 보내고자 우리 모두는 약 30일간의 방학을 보내고 있다.
교직에 처음 들어왔을 때, 나는 학생들에게 친절한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그리 친절하지 않았으리라 생각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겨울방학을 마치고 봄학기에 전학을 하게 되었다. 전학 첫날 나는 새로운 학교와 새로운 친구들 새로운 선생님에 둘러싸여 꽤 낯선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새로운 선생님은 나이가 많은 남자 선생님이셨고, 나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하셨다. 전날 저녁부터 연습한 자기소개를 무사히 친구들 앞에서 마쳤다. 대략 이름과 사는 곳 그리고 전학을 하게 된 이유들을 이야기했던 것 같다. 내 자리는 교실 맨 뒤편 빈 자리였다. 혼자 앉아 있는 여학생의 짝이 되었다. 내가 그 자리에 앉자, 반 아이들 중 몇몇은 나를 측은하게 바라봤고 혼자 앉아 있던 여학생을 쳐다보며 “우우~” 소리를 냈다. 후에 알게 된 것은 그 여학생이 전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교실에 선생님이 계셨지만, 그 여학생에게 야유나 비난을 보내는 학생들에게 어떠한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다음날 등교를 했을 때, 나는 꽤 난감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이사를 하면서 4학년 교과서 모두를 잃어버린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봄학기였지만 아직 끝내지 못한 교과진도가 남아있었고, 교과서가 있어야지만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반 친구들에게 교과서가 없다고 이야기를 하자 교과서가 없으면, 그 시간 내내 교실 뒤편에서 의자를 들고 서 있어야 한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교실 앞으로 나가 선생님께 이사를 나오면서 교과서를 모두 잃어버렸다고 말씀을 드렸다. 선생님께서는 무신경하고 딱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시며 “그래서?”라고 이야기하셨다. 당황한 나는 친구들이 교과서가 없으면 그 시간 내내 교실 뒤에서 의자를 들고 서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고 설명해 드렸고, 나도 벌을 서야 하냐고 물었다. 선생님은 아무 말씀 없이 나를 바라보셨다. 짧지만 긴 침묵 후 나는 그날부터 봄학기가 마칠 때까지 매일, 매시간 의자를 들고 교실 뒤편에 서 있어야 했다. 전학생이 매일 매시간 벌을 서고, 전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학생과 짝이 되어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나는 일약 스타가 되었고, 꽤 오랫동안 또래 집단에서 외부인으로 지냈던 것 같다.
아마 그때 선생님께서 조금만 더 내게 관심을 가져주셨다면 새로운 학교에서의 적응이 빨랐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후에 내가 선생님이 되었을 때, 좋은 선생님은 되지 못하더라도 꼭 친절한 선생님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김보민 남목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