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내 집 마련의 꿈과 건축 인·허가 제도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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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내 집 마련의 꿈과 건축 인·허가 제도의 현실
  • 경상일보
  • 승인 2022.01.1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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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효 울산광역시건축사회 회장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내 집 마련’의 정의는 좋은 아파트를 소유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필자에게 설계를 의뢰하는 건축주들을 살펴보면 자신이 직접 건축한 집에 살기를 소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중 대부분의 건축주들은 여전히 건축 인허가의 모든 과정을 어렵고 번거롭게 느끼고 있다. 그 중에는 수차례 건축을 해본 경험이 많은 건축주도 같은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건축 인허가제도는 괄목할 만한 개선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된다.

최근 몇 년간 국토교통부는 국민불편 해소와 규제개선 차원에서 건축 허가 간소화 및 허가기준 완화를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법을 비롯한 수많은 관련법 등을 적용하고 확인하는 우리나라의 건축 인허가제도는 건축주와 설계자가 희망하는 ‘설계의도 구현’을 건축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건축주와의 협의에 2개월, 실시설계에 3개월이 걸리는 등 약 5개월을 들여 만든 프로젝트로 인허가를 받는데 평균 6~7개월이 소요된다. 설계 프로세스에 필요한 시간 보다 인허가에 필요한 시간이 더욱 많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사례는 다수의 심의와 각종 인증, 평가 등이 동반되는 경우이기는 하지만 가볍게 넘길수 없는 사회적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2019년 10월 대한건축사협회가 주최한 ‘건축 인허가 관련 제도 개선에 관한 포럼’에서는 선진국에서 운용하는 건축인허가 절차의 우수성에 대한 공유가 있어 사례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본 포럼에서 공유된 우수 사례를 보면 독일은 허가접수서에 ‘필요서류 확인란’ ‘각 지자체별 허가 절차 안내서’ ‘협의의제’ 시스템을 정량화시키고 설계 프로세스 및 기간을 예측가능하게 해 불필요한 분쟁을 최소화했다. 이탈리아도 신청서식에 업무절차에 필요한 각종 증빙서류를 체크리스트로 명시해 신청자가 사전에 충분히 행정절차에 필요한 사항을 인지하도록 하는 등 허가절차를 표준화했다. 영국의 경우는 인허가를 ‘도시·건축허가(Planning Permission)’와 ‘건축성능허가(Building Control Approval)’로 구분했다. 도시-건축허가는 도시와 건축이 통합된 개념으로 도시, 경관, 건축 디자인이 통합된 DAS(Design and Access Statement) 리포트 제출을 의무화해 인허가에 간소화를 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선진국의 우수한 건축 인허가 제도를 벤치마킹한 관련 제도 개선 연구와 인식이 늘어 나고 있어 고착화된 건축 인허가 제도 문제에 패러다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2021년 7월 건축공간연구원이 발표한 아우리 브리프(auri brief) 231호 ‘건축허가 간소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은 “건축허가 승인을 위해 확인해야 할 현행 법령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다”라고 적시하면서 건축허가 간소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현행 건축허가 관련 규정의 문제점으로 건축허가제도 운영 과정에서 관련 기준과 상이하게 적용되는 건축허가 설계도서 작성 규정과 건축허가 단계별 확인법령의 복잡성, 관련 기준 개선주기의 불일치 등 크게 두 가지를 문제점으로 짚었다.

건축허가 단계별 확인 법령이 현재와 같이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고, 법령과 관련한 기준들이 동시에 개선되는 주기도 맞지 않는 점은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또한 이는 건축주의 불만으로 이어져 건축주가 건축관계자에게 불신을 가지는 일이 허다하다. 국토교통부에서도 최근 건축허가 간소화를 지역 건축행정에 실현하기 위해 ‘지역건축안전센터’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한국건축규정’ 운용과 ‘건축 인증제도 통폐합’ ‘인허가제도 민간 이양’ 등의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어 건축 인허가제도 개선에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이런 자구책이 지역에 정착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와 괴리가 발생하겠지만 필자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행정적인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많은 국민의 불편이 해소되기를 희망한다. 필자와 인연을 맺은 건축주들과 또 미래에 인연을 맺게 될지도 모르는 건축주들이 인생에 한 번 경험하게 될지 모르는 ‘내 집 마련의 꿈’이 인허가 제도라는 현실 앞에 좌절되지 않고 열매 맺기를 바란다.

김원효 울산광역시건축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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