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본사 유치 운동은 지난 2000년부터 계속돼 온 운동이다. 한 때 울산시와 울산상공회의소 차원에서 대규모로 운동을 벌였으나 대기업들이 움직이지 않자 한계에 봉착했다. 이번에 범군민추진위원회가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전개한다고 하니 그 결과가 주목된다. 대기업 본사가 울산으로 오기만 하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 본사 유치 운동은 구호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기업과의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대기업을 대상으로 본사 이전만 요구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지난 6일 발대식에서 명예위원장을 맡은 이선호 울주군수는 연설에서 “2019년 울산에서 생산된 소득 중 12조원은 역외로 유출됐다. 지난 40년동안 공단에서 뿜어내는 악취와 오염은 울주군민들이 다 떠안았다”면서 “그런데도 대기업들은 제대로 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그 흔한 ‘지역 인재우선 채용’과 ‘지역 농산물 구매’에도 소극적이었다. 대기업들이 울주군과 지역주민을 상생 파트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군수로서 지역 내 공장을 두고 있는 대기업들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낸 것이기는 하나 자칫 군민들에게 증오심을 불러일으키고 기업을 적대시하는 인상을 줄 우려도 있다. 이런 식의 일방적 서명운동은 효과도 없고, 오히려 군민과 기업간의 이질감만 더 키울 뿐이다.
이와 관련 한동영 전 시의원은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온산국가산단 대기업 본사 이전 운동’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제기했다. “대기업에 아무런 공감대 없이 무작정 본사를 이전하라고 우격다짐하는 것은 경영간섭을 넘어 시장개입이라는 반발을 자초할 수도 있다”면서 “추진위도 토론회와 세미나 등을 마련해 온산국가산단 기업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논리적 근거와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기업 본사를 유치하려는 추진위원회가 대기업에 대해 ‘먹튀’ ‘모르쇠’ 등 같은 과격하고 자극적인 표현을 쓴다는 것은 기업을 배척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지금은 지역과 대기업이 어떻게 상생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했을 때 비로소 본사 유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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