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노트부터 연보에 이르는 700여 페이지나 되는 <영혼의 자서전>은 한 숨에 읽어졌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그리스)와 함께 영적인 세계를 순례하며 그의 삶과 문학적 열정에 도전을 받았다. 그가 조르바로 인해 찾은 자유도 비로소 형체가 보이는 것 같았다. 와중에 아름다운 문장 앞에서 절로 탄성이 터졌다. 작가의 고뇌와 사유가 씨줄날줄 되어 내 영혼까지 새롭게 직조해왔다.
터키의 점령 하에 크레타동족이 자유를 갈망하는 것과 그의 아버지가 피 흘려 투쟁하는 것을 본 카잔차키스는 수많은 나라들을 여행할 때마다 크레타의 흙을 지니고 다녔다. 크레타는 카잔차키스에게 지중해의 아름다운 섬이 아니라 지켜내야 할 의무와 책임과 투쟁의 지명이 됐다. 그는 영락없는 크레타의 흔적이었다.
그의 영적 고뇌는 많은 순례를 통해서도 답을 얻어내지 못했다. 환상과 꿈과 현실에서 만난 호메로스, 그리스도, 붓다, 니체, 레닌은 깨달음과 희망과 신기루만 보여줄 뿐 영적 목마름을 해갈시켜주지는 못했다. 그는 자신이 지닌 예술이나 사상이나 문학보다 종교적인 삶의 의미를 추구했다. 인간이 구원에 이르는 길은 ‘오름의 길’이라고 보았다. 지금보다 더 높은 곳, 더 나은 곳으로 한 걸음씩 올라가는 여정 자체가 신에게 이르는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은 그리스의 한 섬인 크레타와 그가 여행한 나라들의 시대적 상황을 보여준다. 또한 작가의 신념과 사상과 철학이 움직여가는 모습도 보인다. 그의 투쟁적이며 자유로운 인생에 가장 깊은 자취를 남긴 사람 조르바는 현재의 삶을 사랑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자유의 대명사 조르바를 통해 영과 육, 죽음과 삶, 구속과 자유에 대한 방황의 막을 내리게 되는 카잔차키스.
모든 것이 자유라는 이 나라 이 땅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며 살아가지는 않는가.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을 생각하며 진정한 자유의 영혼을 꿈꿔보는 것은 어떨까?
설성제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