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조화
상태바
[태화강]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조화
  • 경상일보
  • 승인 2022.01.17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전상귀 법무법인현재 대표변호사

대선과 지선. 선거를 하는 것은 의회와 행정부에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일이다. 암울한 시절 체육관 대선을 기억하는가. 기억도 생생한 1987년 6월. 우리는 직접선거권을 되찾았다. 민주화가 필요했던 것은 비민주국가였기 때문이다. 득표해 정권을 잡으려는 자들은 민주와 국민을 내세운다. 우리는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헌법전문)’의 사명에 입각해 고귀한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해야 할 일이다. 우리가 민주개혁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유래와 의미를 되새겨 보자.

동서양을 막론하고 왕권시대 민주를 외치는 자는 역적이었다. 왕후장상에 씨가 있었다. 민주주의를 혁명이라 부르는데는 이유가 있다. 그리스에서 유래한 데모크라시(Democracy). 법학자들은 그리스의 데모크라시를 다수결의 원리(Demo + Cracy)로 해석하고 있다. 다수결의 원리만 강조하다 보면 소수의 보호가 어렵다. 인류의 흑역사인 히틀러나 무솔리니의 전체주의는 다수결의 흠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집단광기가 휩쓸 때는 이성은 괴멸되기도 한다. 그 틈을 메우고 소수의 보호를 위해 법치주의가 필요하다. 민주주의(Democracy)와 법치주의(Rule of Law)는 서로 뿌리가 다르니 조화로운 해석이 필요하다. 이 점에 관해 법률가들도 머리가 아프다.

계몽시대의 유럽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했다. 혁명과 고통의 산물이 우리 헌법에도 반영되었다. 장자크 루소의 국민주권주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제1조 제2항) 몽테스키외의 삼권분립론. 국가의 권력을 입법, 사법, 행정 3개로 나누고 견제와 조화(Check and Balance)를 이루도록 설계하여 국민을 보호한다. ‘권력은 대부분 부패하며 절대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액튼 경의 법언(法諺)). 행복추구권은 미국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독일에서 수입된 이념이다.

대륙법의 실체적 진실주의(증거 능력 있는 증거에 의한 사실의 재구성). 미국에서 발전한 적법절차(Due Process)의 법리(절차적으로 정의롭지 못하면 무효)를 비롯해 독수(毒樹)의 독과(毒果) 원리(Theory fruit of the poisonous tree : 오염된 증거로는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애매하면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의 원리는 형사소추에 있어 입증책임을 소추자(檢事)에게 지운다. 무죄추정원칙과 죄형법정주의는 ‘열 사람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을 억울하게 만들지 말라(It is better that ten guilty persons escape than that one innocent suffer : William Blackstone)’의 법언(法諺)을 구현하고 있다. 민사재판에 있어 증거재판주의, 변론주의, 소유권절대의 원칙, 계약자유의 원칙, 신의성실의 원칙, 권리남용의 원칙, 사정변경의 원칙, 동시이행의 항변, 소멸시효, 제척기간 등등. 배우기도 가르치기도 쉽지 않은 외국산 법리들.

우리는 피 흘리고 않고 인류정신의 정수(精髓)의 혜택을 입는 것에 대하여 감사해야 한다. 수입법리이니 운용이 매끄럽기만 하겠는가. 그러나 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가. ‘증거법칙위반에 의한 사실오인’이라는 판시가 있다. 건국 초기의 하급심이 사실오인을 너무 많이 해 법률심인 대법원이 궁여지책으로 ‘법칙’심사를 가장한 사실심을 한 셈이다. 역수출도 있다. 헌법재판소가 수 많은 결정을 쏟아 냈다. 듣기로는 법률선진국 독일 등의 법학자들이 헌법소원의 결정례를 참고한다고 한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인류의 소중한 무형 자산이다.

전상귀 법무법인현재 대표변호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