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인년 새해 들어 울산지역에 추위를 녹여주는 훈훈한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지난 12일에 울산 ‘사랑의 온도탑’이 118.4℃로 100℃를 훌쩍 넘긴 것이다. 지난해 12월1일 사랑의 온도탑을 제막하고 ‘희망2022나눔캠페인’을 시작한 지 42일만이다.
울산 희망2022나눔캠페인 목표금액은 전년(52억5000만원)보다 8억원 가까이 늘어난 60억3800만원이었는데, 이달 12일에 71억5000만원으로 목표액을 11억원 초과 달성했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50억원을 밑돌면서 나눔온도가 전국 평균보다 10℃ 가량 낮아 애간장을 태웠으나, 희망나눔 캠페인 기간 20일을 앞두고 달성하면서 모금 기관인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한 시름을 놓게 됐다.
‘사랑의 온도탑’ 100℃ 초과 달성은 12일 대한유화(주)에서 20억원의 ‘통큰 기부’를 하면서 이뤄졌다. 실제 이번에 전달된 20억원은 나눔캠페인 목표금액의 약 33%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대한유화에서 기부를 하지 않았다면 ‘사랑의 온도탑’ 초과 달성은 고사하고, 목표 달성 자체가 불투명 할 수 밖에 없었다.
울산의 ‘사랑의 온도탑’은 매년 목표 달성을 해왔으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첫 해인 2020년 ‘희망2020나눔캠페인’에서 91℃에 그치면서 처음으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신종 코로나로 인해 개인과 법인 등 기부가 전체적으로 줄어든 요인도 있으나, 몇 년간 해마다 20억원씩 기부하던 대한유화가 기부액을 10억원으로 절반으로 줄인 게 결정적인 이유였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목표를 달성한 것도 대한유화에서 기부액을 다시 20억원으로 늘렸기 때문에 가능하게 됐다. 이에 나눔캠페인을 시작하게 되면 대한유화 등 특정기업에서 기부를 얼마를 할 지가 관심사이고, 이들 기업만 바라보게 될 수 밖에 없는 게 지역의 ‘웃픈’ 현실이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계속되면서 개인 기부의 비중이 갈수록 줄고, 법인 기부가 늘어나는 것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2018년 26.3%를 차지했던 개인 기부 비율은 2020년 23.9%로 감소한 반면, 법인 기부 비율은 2018년 55.9%에서 2020년에는 59%로 60%에 육박하고 있다. 작년에도 예년에 비해 개인 기부금액은 38%, 인원은 29%가량 줄었다. 착한가게 신규 가입 점포도 2018년 305곳에서 작년에는 207곳으로 3분의 2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역 모금단체 관계자는 “개인의 기부 비중이 줄고, 기업 등 법인 기부 비중이 늘어나는 구조는 바람직 하지 않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등 외부적 변수와 경기흐름에 따라 기업체는 기부액수의 변동이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눔캠페인이 특정 기업체의 기부액에 좌우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목표 달성을 하기 위해서는 개인이나 단체 등의 기부 비중이 훨씬 더 높아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달 말 종료되는 ‘희망2022나눔캠페인’에 이어 올 연말 다시 시작될 ‘희망2023나눔캠페인’에서는 개인 기부자들의 기부 행렬이 이어져 ‘사랑의 온도탑’이 활활 타오르길 기대해 본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