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한국인은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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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한국인은 미쳤어
  • 경상일보
  • 승인 2022.01.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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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놀 땐 노는 여자, 놀 땐 노는 사나이’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에 나오는 가사이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2012년에 세계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빌보드 2위에 올랐고, 유럽 등 모든 나라에 한국노래의 위상을 떨쳤다. 세계인들이 우리 말로 된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은근히 자부심이 들며 이런 것이 가능한지 놀랐었다. 그 ‘제대로 놀 줄 아는 놈’인 싸이가 노래한 ‘놀 땐 노는 여자, 놀 땐 노는 사나이’는 바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신명을 잘 표현한 말이다. 우리 한국인들은 ‘끼’가 많다. 노래방 문화가 이렇게 발달한 나라가 있을까? 회식의 2차에서 마이크를 잡고 자신의 ‘18번’을 부르며 모두 ‘고우’를 외친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엄청난 인기로 방영이 되고 매번 우수한 가수들은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 재야의 음악고수가 이렇게 많은지 놀라고 즐겁다.

우리는 예로부터 신명 나는 민족이었다. 마당놀이는 지엄한 분이 사는 궁궐에서, 양반의 고래등 한옥 마당에서, 민초들의 마을 공터에서 이어졌다. 광대의 공연과 흥에 장단을 맞추고 결국 우르르 나가서 다 같이 덩실덩실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노동의 고충을 잊었다. 농사를 지으면서 권농가를 불렀고 언제 어디서나 가락을 지어 흥얼거렸다. 심지어 생의 마지막에도 ‘이제 가면 언제 오나’ 하는 장송곡을 들으며 떠나는 것이다.

“한국인은 미쳤어”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록밴드 ‘오아시스’의 리더 노엘 갤러그가 한 말이다. 일본 공연에 왔다가 시간이 나면 들르는 곳이 한국일 정도로 우리나라는 공연계에서 알려지지 못했었다. 오아시스는 일본에서 공연하며 아무리 분위기를 올리려 애를 써도 조명봉을 흔들고 사진을 찍을 뿐,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일본인을 보았다. 그런데 기대 없이 선 우리나라의 무대에서 받은 충격은 엄청났다고 한다. “세상에~, 저희 노래를 다 따라 부르는 거였어요” 지구 반대편의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 크게 알려지지 않은 곡들까지 합창해주는 한국팬들의 열정에 그는 완전히 반해 여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공연의 즐거운 충격을 ‘미쳤다’라는 애정어린 말로 소개했다. 에미넘, 마룬5,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콜드플레이 등 세계 유명 가수들이 한국에 와서 관객의 ‘떼창’을 보며 감동했다. 종이비행기와 꽃가루를 날려 보내는 팬서비스에 감동해 돌아가서 한국의 공연문화가 세계 최고라고 찬탄하는 것이다.

그룹 ‘BTS’는 빌보드 1위에 AMA를 석권하며 세계 최고의 가수로 정점을 찍고 질주하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지옥’의 흥행이 연이어 세계 1위를 찍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올해 최고의 드라마 탑10 중 하나로 우리 군대의 현실을 아주 사실적으로 그려 낸 ‘D.P.’를 선정했다. 세계적 경연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의 심사위원은 출전한 한국인들이 만점을 연이어 받으며 관객의 기립박수를 받는 것을 보며, 도대체 한국인은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했다. 우리에겐 신명과 주인공의식이 있어서 그렇다고 답해주고 싶다. 우리는 문화로 세계를 점령할 민족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주인공의식은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우리 한국인은 ‘내 삶에 내가 주인공’이라는 의식이 강하다. 그 표현방법이 다를 뿐 어떤 식으로든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다. 내가 안 되면 내 자식이 그 꿈을 이루기를 기원하며 자신을 희생한다. 나를 넘어서 같은 한국인을, 내가 좋아하는 영웅을 응원하고 공명한다. 서양인의 주인공의식이 합리적 개인주의라면 우리는 공감과 공명의 주인공의식인 것이다. 이는 위기와 고난 속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촉발하는 힘이 된다. 우리가 이룩한 기적 같은 경제성장의 원동력 중 하나이고 문화강대국 코리아가 된 심리적 요인이다. 한 구성원으로 묵묵히 일하다 기회가 오면 신명나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우리 한국인이 자랑스럽다.

임인년 검은 호랑이는 독립심이 강하고 도전정신이 충만한 기운을 가진다. 올해에도 우리가 문화강국의 맹위를 이어나갈 것을 확신한다.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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