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전인 2012년 1월 울산시는 공업센터 지정 50주년을 맞아 기념주간을 설정하고 다양한 축하 행사를 마련했다. 공업탑에는 ‘새로운 100년, 영광을 위하여’라는 부제를 단 제2선언문비를 설치하고,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지속해서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시청 광장에는 울산의 경제와 문화, 환경, 교육, 복지, 건설 등 전 분야를 망라한 수장품을 담은 타임캡슐을 묻었다. 당시 시민이 50년 뒤의 시민에게 보내는 희망의 편지 135통도 함께 매장했다.
올해 울산은 공업센터 지정 6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분위기는 10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 시는 신년음악회, 울산박물관 특별기념전 정도의 행사만 준비하며 조용하게 60주년을 보낸다는 계획이다. 불과 10년 사이에 공업센터 지정 기념일에 대한 온도차가 느껴지는 것은 울산이 처한 현재 상황과 깊은 관련이 있다. 코로나 여파와 대통령선거·지방선거 등의 이유가 있긴 하지만 장기간 지속된 경기 침체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축배를 들만한 시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10년 전 울산 경제는 단일 지자체로는 최초로 수출 10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울산의 영광을 이끈 3대 주력산업이 위축되며 경제는 고비를 맞고 있다. 하늘을 모르고 치솟던 수출액은 당분간 1000억 달러를 넘보기 어려운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더 이상 울산은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도시로 불리지도 않는다.
한때 120만을 넘보던 울산의 인구는 해마다 1만 명 가까이 줄어들며 현재 112만 명대로 감소했고, 2030년께에는 100만 명이 붕괴된다는 우려스런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인구 감소는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지방 도시의 공통적인 문제이지만 울산의 경제가 10년 전 수준이었다면 제기되지 않았을 분석이다.
10년 전 전문가들은 울산 3대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대단히 강하다고 분석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빨리 터트린 샴페인에 취해 신성장 동력 발굴에 소홀했던 대가를 10년 뒤 치르고 있는 셈이다.
지금 전문가들은 울산이 대한민국 산업의 중심으로 부활하기 위해서는 전환기를 맞은 주력 산업을 고도화하고, 신성장 산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행히 울산은 수소와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동북아 오일·가스허브, 원전 해체 등 에너지 분야 신산업을 차례로 발굴하며 미래 경쟁력을 준비하고 있다.
뚜렷한 청사진이 그려졌지만 숙제도 많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나서는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은 미지에 대한 도전이며, 동북아 오일·가스 허브는 보세구역 규제 완화라는 장벽을 넘어야 한다. 원전 해체 산업 역시 개발해야 할 기술이 산적해 있다.
40년 뒤, 울산공업센터 지정 100주년을 맞아 흔쾌한 마음으로 타임캡슐을 열며 과거를 회상하기 위해서, 이제 물러설 곳이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울산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2062년 울산이 대한민국의 산업수도로 굳건히 자리매김해 공업센터 지정 100주년의 축배를 들기를 기원한다.
이춘봉 사회부 부장대우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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