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전 울주군 언양알프스시장을 찾은 주부 최씨는 장바구니를 끌면서 “과일, 고기, 채소 모두 오른 것 같다. 채소가격이 그대론가 싶어서 들어보면 예전보다 양이 줄었더라”면서 한숨을 쉬었다.
명절을 앞둔 마지막 장날인 만큼 이날 언양알프스시장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유명 정육점 앞에는 긴 대기 줄이 이어지는 등 언뜻 보면 사람들이 많아 시장이 활기를 되찾은 것 같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치솟은 물가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고, 상인들은 “예전만 못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날 언양알프스시장에서는 딸기 한 바구니(1㎏)가 1만7000원에 판매되거나, 한라봉, 천혜향 등 선물용 과일은 3개에 1만원을 호가했다.
오미크론 확산세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가족모임이 어려워지면서 떡국이나 고기, 밤과 대추 등 제수용품을 사가는 이들도 드물었다.
밤 깎는 기계를 들고나와 연신 밤을 깎아내던 상인은 “원래 같으면 지난주부터 바빠져 오늘은 피크를 찍어야 했는데 차례를 생략하니 대목도 없다. 그래도 명절 앞 마지막 장날이라 평상시보다 두 배 많은 양을 들고나왔다”고 했다.
명절 대목이면 떡국 떡을 사가려는 손님들로 줄을 잇는 떡집도 손님이 드문드문 이어졌다. 떡집 가게 주인은 “손님이 없는 편은 아니지만, 대목치곤 한산하다. 대가족이 모이지 않다보니 떡국 떡도 소량으로 사간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높아진 물가에 상인과 손님간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 제수용품 상점에서 민어조기를 사려던 60대 주부 이씨는 가게 주인에게 “무슨 조기 한 마리가 1만3000원이나 하냐”고 반문하더니 더 작은 상품으로 눈을 돌렸다. 이씨는 “차례 지내려고 구입하는데 가족들이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작은 고기도 괜찮을 것 같다. 간단하게 차례상을 차리려고 해도 이것저것 담으니 10만원이 훌쩍 넘는다”고 토로했다.
문어와 전복, 오징어 등을 판매하는 상점에서도 “전복 한 마리 더 넣어달라”는 손님의 요청에 “요즘 물가가 얼마나 많이 올랐는데, 안된다”면서 손사래를 쳤다.
오미크론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명절 가족 모임이 간소화된 덕분에 제수용보다는 일반 식재료를 구입하러 나온 시민이 더 많았다.
20여년간 이 시장에서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다는 김씨는 명절을 앞두고 돔, 민어, 조기 등 제수용 생선을 잔뜩 가지고 나왔다. 김씨는 “요즘 차례를 생략하는 집이 늘어서 명절 대목인데도 제수용 생선보다는 고등어나 갈치, 대구 같은 반찬용 생선이 더 많이 팔렸다. 차례는 지내지 않더라도 가족들과 먹을 식재료를 사러 나온 시민들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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